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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U 회의론' 프랑스 극우의 승리…유럽 정치질서에도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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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우선주의' RN, 입법·예산권 쥐고 흔들기 나설듯…지형 전반 지각변동 예고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이민 등 놓고 서방 동맹 균열 심화 가능성

트럼프 귀환 가능성에 극우 돌풍까지…타 유럽국가 확산 등 나비효과도 주목

연합뉴스

(AFP 에넹보몽=연합뉴스)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가 진행된 30일(현지시간)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프랑스 에넹보몽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6.30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예상대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승리가 현실화하면서 프랑스 국내 정치를 넘어 유럽의 정치 외교, 경제 등 지형 전반에도 충격파가 예고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극우당 RN이 1당으로서 프랑스의 국정운영에 직접 참여, 새판짜기를 시도할 경우 통합을 표방해온 정치·경제공동체 유럽연합(EU) 중심의 기존 질서가 근본부터 뒤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서부터 이민, 환경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제동이 걸리며 서방 내 균열이 가속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TV토론 참패가 '대서양 동맹'을 경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을 키우는 상황에 더해 프랑스 극우의 총선 대약진까지 겹치면서 유럽 각국은 경계심 속에 그 나비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6월 30일 치러진 1차 투표에 이어 7월 7일 2차 투표까지의 결과 RN이 1당을 차지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 프랑스에서는 27년 만에 역대 4번째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EU를 강력히 지지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는 달리 RN은 유럽연합(EU)과 유럽 통합에 회의적이며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EU가 'EU에 회의적인 프랑스'라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가 유럽의 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는 것은 EU에는 큰 타격이며, EU의 정책 추진 능력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RN의 1당 등극으로 총리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최근 자당이 정부에 참여하게 되면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프랑스의 귀환이 될 것이라면서 여러 EU 규정에 있어 프랑스가 예외를 적용받도록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RN은 더 많은 권한이 개별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며, EU로 가는 프랑스 재원 일부에 대해서는 제공을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밝혀왔다.

프랑스 주권 강화를 기치로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RN은 프랑스 기업과 농업을 우선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를 원하는데, 이는 EU 단일 시장 규정 위반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RN은 또 '프랑스를 존중하지 않는' EU 자유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기를 바라며 EU의 추가 확대에 반대한다.

프랑스 대통령의 힘은 의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만큼, RN이 승리할 경우 여소야대 정국에서 EU 현안과 관련한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대혼란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마크롱 대통령이 여전히 국가원수로서 외교 정책을 책임지겠지만 실제로 환경 정책이나 이민 문제 등 EU 법 입안에서는 각 부 장관들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프랑스 의회는 국가 예산도 통제하고 있어 RN이 권력의 중심부를 장악할 경우 프랑스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르델라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군수품과 방어용 장비는 보내겠지만 프랑스군 파병이나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한 친(親)EU 기조를 견지해왔던 데 비해 프랑스 국민들의 정서는 EU에 훨씬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EU 무대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운신이 폭이 훨씬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가 201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유권자의 69%는 EU와 국내 정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EU 회원국 평균인 38%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올해 1월 여론조사에서도 프랑스인의 56%가 프랑스와 유럽 정치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CFR 수석 연구원 수지 데니슨은 "정치적, 정책 결정적인 단위에서 프랑스가 유럽의 계획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일반 대중들은 항상 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은 다소 이상한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또 RN의 승리는 올해 주요 선거가 예정된 독일 동부나 오스트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EU에 회의적인 다른 극우 정당들의 세를 더욱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국민연합은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모두에 회의적이라면서 이 정당의 승리는 서방 동맹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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