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저출생·고령화·인력 등 총괄… 부처 서열 2위 초강력 조직 [정부조직 개편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구전략기획부 역할·위상은

과거 경제기획원 유사한 모델로 설계

예산 심의·편성 권한 일부 분할 받아

구속력·권한 행사 가능한 강력 위상

정부 9월 내 인구부 관련법 처리 목표

야당과 협의·기재부와 역할 분담 과제

정부는 이르면 연내 신설될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에 대해 저출생뿐 아니라 고령사회·이민·인력·지역소멸 등 전반적인 인구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저출생 사업에 대한 예산 배분·조정 권한도 부여받아 거대한 예산을 주무르는 초강력 정부 조직이 될 전망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조직 개편안’ 브리핑에서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전략·기획 및 조정’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했다”고 인구부의 역할을 설명했다.

세계일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및 정무장관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61년 박정희정부 때 만들어진 경제기획원은 경제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등 과거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편성권, 통계 분석 등 기능을 핵심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왔다”는 게 정부가 설명하는 경제기획원의 역할이다.

인구부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던 경제기획원과 마찬가지로 각 부처의 중장기 인구사업 전반을 다룰 예정이다. 인구부가 신설되면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주도했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매년 시행계획을 운영해 각 부처에 구체적 정책 및 사업을 담당토록 할 예정이다. 출산·아동·노인 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일과 가정의 양립에 관해서는 고용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가족·청소년 정책은 여가부가 기존대로 정책을 이어가는 식이다.

인구 정책과 관련한 예산 배분과 조정 권한도 부여받아 각 부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부는 각 부처의 인구위기대응정책을 사전 심의하고 실제 예산이 편성되기 전에 구속력 있는 배분 권한을 갖게 된다. 현 기획재정부의 고유 업무인 예산 심의·편성 권한을 사실상 일부 분할받아 각 정부 부처나 지자체의 인구 정책에 강력한 발언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구부가 사전 심의한 인구정책 예산에 대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기재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저출생·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에 명시할 방침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장도 저출생 사업을 신설하거나 변경할 시 인구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김정기 행안부 조직국장은 “일·가정 양립, 돌봄, 주거 등 다양한 사업을 사전 심의 예산 범위로 검토하고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예정”이라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법이 통과되는 시점부터 가장 빠르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컨트롤타워 역할과 예산 편성 권한을 가지면서, 인구부는 그간 정부 내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아온 저고위와는 차별화되는 강력한 위상을 가진 부처가 될 전망이다. 저고위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정책을 직접 기획하거나 예산을 꾸릴 구속력 있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부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각 부처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정부도 인구부의 위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인구부의 정부 부처 서열은 기획재정부에 이은 2위다. 현재 교육부장관이 맡고 있는 사회부총리 직위도 인구부 장관으로 변경했다. 부총리급이 수장을 맡아 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구부는 이르면 연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르면 9월 정기국회 내에 인구부 신설 근거와 권한을 담은 관련법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직제 구성 및 인력 채용, 예산 배정,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거쳐 3개월 정도 후 새 부처가 출범할 것이라는 게 정부 계산이다.

다만 국회 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의 협의는 넘어야 할 산이다.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가 늦어질 경우 인구부 출범이 늦어질 수도 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것도 야당과의 의견차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야당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며 관련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관련법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야당에서도 인구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해왔고, 저출생 문제에 대한 국가의 총력 대응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한다”며 “국회와 소통을 열심히 해서 조속히 법안이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구부가 복지부와 고용부, 여가부 등 다른 부처의 예산 조정 기능을 가지는 만큼 기재부와의 역할 분담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재부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예산 편성 권한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재부와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문위원회라는 조직 특성의 한계로 실질적 권한을 가지지 못했던 저고위의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