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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재택 이젠 안돼, 법카도 싹둑”...군기잡는 SK온 ‘10분기 연속 적자’ 탈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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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고비 넘겨야 생존”
창립 후 10분기 연속 적자
올 하반기 흑자전환 목표

영구채 발행 통해 자금조달
E&S 합병 땐 자금수혈 숨통

美공장 신설투자 속도 늦춰
배터리 계열사 생존 안간힘


매일경제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사진 = SK온]


SK온이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강력한 회생 의지를 밝힌 것은 SK온의 부활 여부가 SK그룹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차원에서 SK온은 환경·그린 분야의 핵심 축이자 미래 성장동력의 주축으로 꼽히는 회사다. SK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는 예정된 미래”라며 “이번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SK온을 살리고 함께 가겠다는 경영 방침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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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차원의 전방위 지원이 진행되는 만큼 SK온 입장에선 강도높은 자구책을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비용절감 등 운영개선(Operation Improvement)과 자본수혈 등을 통해 올해 하반기에 어떻게든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비장한 느낌을 준다.

SK그룹 내에선 지금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향후 2~3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고비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SK그룹은 총력전 체제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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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적자이며, 올 2분기에도 3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시설투자(CAPEX) 규모만 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SK온의 비상경영 핵심은 운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조직 군기잡기다. SK온은 ‘C레벨’ 전원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했으며, CAO(최고관리책임자)와 CCO(최고사업책임자) 직책을 폐지했다. 임원 연봉 동결과 업무추진비·복리후생 삭감도 단행했다. 재택보다 사무실 근무 등 ‘기본’에 충실한 기업문화는 경영전략회의에서도 논의됐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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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잉여현금흐름(FCF)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도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FCF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FCF는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 가운데 영업비용, 설비투자,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이다.

SK온은 자체 자금 조달에도 적극 나섰다. SK온은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5000억원의 자금을 6.424% 금리로 조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만기가 영구적이기 때문에 자본으로 인정된다. 순차입금이 크게 늘어나자 SK온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는 걸로 보인다.

SK온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조9046억원에서 올 1분기 15조5917억원으로 급증했다. SK온은 올해 들어 유로본드 5억달러(약 6800억원), 원화 회사채 30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 3월엔 신디케이티드론을 통해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조달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간 합병 추진도 SK온 살리기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모회사다. 지난해 약 1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알짜 회사 SK E&S가 SK이노베이션의 품에 안기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SK온 지원 여력이 커질 수 있다. SK온에 추가로 자금이 유입되면 재무구조 개선과 추가 투자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이같은 합병이 이뤄지려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주주, 특히 SK E&S 지분 90%를 보유한 SK(주) 주주 동의가 절대적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성사되면 SK온은 상장에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22년 말 SK온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2026년 말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SK온 기업가치는 재무적투자자(FI)가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공장의 투자 시기 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포드가 12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면서 SK온은 이미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 계획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켄터키 2공장의 정확한 가동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온은 올해 중국 옌청과 헝가리 이반차 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다. 내년엔 블루오벌SK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와 합작한 조지아 공장도 2025년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기 예정된 투자 시기를 적절히 조율하는 게 캐즘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줄어든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SK온의 숙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온의 미국 공장 가동률은 10%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북미 지역 생산능력은 현재 22GWh인데, 이 숫자는 내년 139GWh로 증가한다. SK온은 조지아 2공장의 포드 전용 생산 설비를 현대차용으로 전면 개편하고, 3분기부터 양산을 추진해 미국 공장 가동률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SK온을 제외한 배터리 계열사들의 독자생존 기반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분리막 생산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중 SK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70%가 넘는다. SK그룹이 일정 기간 매출을 보장하지 않는 한 팔려고 해도 인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다.

SK온 살리기에 방점이 찍힌 현재 그룹의 리밸런싱 밑그림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SK온을 중심으로 여러 배터리 소재 및 부품사 등 전기차 수직 밸류체인을 구축한 SK그룹 입장에서 SK온으로 인해 전체 밸류체인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즉 밸류체인에서 나오는 시너지는 극대화하되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자강’할 수 있도록 생존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이 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위해 부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는 셀 사업의 시장 지배력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며 “핵심은 SK온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될 ‘캐즘’(일시적 성장세 둔화) 극복 시기가 언제가 될지도 관건이다. SK온 내부적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는 가운데 여전히 1~2년 이상의 침체기를 버텨내야 한다는 반론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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