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탄핵안 강행 처리 전 사표
MBC 경영진 교체 놓고 갈등 심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32차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6.2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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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위원장 직무가 중단되는데, 이에 따른 방통위 마비 장기화를 막으려는 차원이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 작년 12월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자진 사퇴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두 번 연속 탄핵 소추를 앞두고 물러나게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일 “김 위원장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는 2일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정부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김 위원장 의사를 존중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위원장 사퇴는 방통위가 최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작업에 들어간 것과 맞물려 있다. 방통위는 지난 28일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8월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진 이사진은 이 계획안에 따라 14일간 공모, 이후 국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임명된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 상임위원(방통위원)들의 의결 절차가 두 차례 더 필요한데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 이 절차가 일정 기간 중단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거나 직무가 정지되면 남은 방통위원이 한 명뿐이라 의사 정족수(2인 이상)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 계획대로 방문진 이사가 관례에 따라 여(6명)·야(3명) 추천 인사로 바뀌면 이사진 다수가 친여 성향이 돼 MBC 사장 등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 이전 방문진 이사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친야 성향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방문진 이사 교체를 저지하겠다며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고, 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김 위원장 직무가 헌재 결정 때까지 정지돼 나머지 이상인 부위원장만으로는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 5명의 방통위원으로 구성되는 방통위는 국회가 자기 몫 위원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을 추천하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등 2인 체제로 운영됐다. 모두 대통령 지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탄핵 소추되면 방문진 이사 교체에 상당 기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불합리한 탄핵이지만 헌재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공산이 커 김 위원장이 어쩔 수 없이 자진 사퇴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작년 말 이동관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탄핵 소추 직전 사퇴한 지 한 달 만에 임명됐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사퇴하더라도 후임 방통위원장 인선 과정에 협조하지 않는 등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미 김 위원장은 물론 이상인 부위원장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 사퇴 후 바로 후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탄핵소추안 의결 전에 사퇴하고 윤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20여 일 걸리는 국회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7월 말에는 새 방통위원장이 임명될 수 있다. 신임 방통위원장이 취임할 때까지는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교체에 필요한 몇 차례 의결 절차 진행이 불가능해 이사 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애초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가 8월 12일을 기점으로 방문진 이사진을 교체하면, 새 이사진이 MBC 사장 교체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MBC의 경우 공정 방송에 저해되는 각종 보도로 벌점이 상당히 쌓여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불공정 방송에 대한 책임을 물어 MBC 사장 교체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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