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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상반기 대미수출 89조원 사상 최대… “트럼프發 리스크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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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車 쌍끌이에 1년새 17% 증가

무역수지 흑자도 6년만에 최대

“트럼프 재집권땐 추가 관세 가능성

흑자 수출품목 파악해 관리 나서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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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6월까지 대미(對美) 수출이 1년 전보다 17% 가까이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도 50% 넘게 증가하며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이어 가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안정세 등으로 수입은 줄면서 무역수지 흑자는 6년 만에 최대를 보였다.

그러나 대미 무역 흑자가 불어나면서 미국이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미 무역 흑자 폭 축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역대 1위 자동차, 2위 반도체 ‘쌍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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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대미 수출액은 643억 달러(약 88조9000억 원)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8% 늘어난 규모로,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대중(對中) 수출액(634억1000만 달러)도 웃돌며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져 연간 기준으로도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넘어서면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 수출국이 바뀌게 된다. 대미 수출은 2021년 상반기부터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체 수출액은 334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1% 늘었다. 역대 상반기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1∼6월 반도체 수출액은 657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2.2% 증가했다. 2022년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부진할 때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 됐던 자동차 수출액도 1년 전보다 3.8% 늘었다. 자동차 수출액은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바이오헬스 수출액 역시 8.8% 늘어난 73억9000만 달러로 역대 3위 수출액을 다시 썼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인 자동차와 미국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우리 수출이 회복을 넘어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달성이라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수출이 워낙 좋지 않았기에 올해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반도체는 사이클에 따라, 자동차는 미국 경기 호조에 따라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發 대미 무역 리스크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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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수입이 전년보다 6.5% 감소한 3117억 달러를 보이며 무역수지는 231억 달러 흑자였다. 이는 2018년 상반기(311억 달러) 이후 가장 큰 흑자 폭이다. 월간 기준으로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부터 13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이 늘어나면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대미 무역수지는 287억 달러 흑자로 이미 2022년 연간 대미 무역 흑자 규모(28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제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 4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FTA 재협상 추진 등 각종 무역 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최근의 양호한 대미 수출 실적에 안심하기보다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주목하면서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열린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 관세 부과’ 공약을 거듭 밝혔다.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패배’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미국 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은 한국 수입품에 대해 10% 보편적 관세뿐만 아니라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 FTA 개정으로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지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대미 무역 흑자가 발생하는 한국의 수출 품목을 파악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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