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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도 취소되는 거 아냐”… 사전청약 당첨자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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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가정에 이어 파주 운정에서도 사전청약사업이 취소되면서 오는 9월부터 본청약을 앞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양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폐지한 사전청약 제도 때문에 기회비용을 날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비즈

2021년 3월 19일 경기 고양창릉공공주택지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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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6개 지구) 아파트 사전청약에 당첨된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사업이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인천, 파주 등 2기 신도시에서 사전청약 접수를 받았던 단지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 주상복합 사업지를 낙찰받은 시행사 DS네트웍스는 지난달 28일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사전 공급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알렸다. DS네트웍스는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공사비가 빠르게 올랐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건이 악화하면서 시공사와 금융사를 구하지 못했다.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은 앞서 2022년 6월 804가구(3블록 472가구 중 402가구, 4블록 472가구 중 402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받았다. 하지만 시공사와 금융사를 찾지 못하면서 지난해 12월 예정된 본청약 일정을 계속 미루다가 올 6월 끝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체결했던 토지 계약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DS네트웍스가 납입한 해당 토지 계약금의 10%인 455억원은 LH로 귀속된다.

지난 1월에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도 2기 신도시 막바지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블록 사전청약 사업을 취소했다. 심우건설은 LH로부터 토지를 낙찰받은 뒤 308가구 규모 아파트 공급을 계획했지만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성 악화로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사전청약제도는 주택 공급 시기를 단축 시키기 위해 본청약 1~2년 전 실시하는 청약 제도다. 사전청약 당첨 후 무주택 등 자격 요건을 유지하면 본청약 때 우선권을 준다. 사전청약에 당첨된 시점으로 6개월 동안에는 다른 청약을 신청할 수 없고 그 이후부터는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전청약 단지 사업이 지구계획 변경, 문화재 발굴 등 불가피한 사유로 취소되거나 지연될 경우 사전청약 당첨 역시 취소된다.

2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접수받은 단지들의 공급이 백지화되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자 본 청약을 앞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들도 사업 무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3기 신도시의 한 사전청약 단지 당첨자 A씨는 “사전청약 당첨자들 사이에서 인천, 파주에 이어 3기 신도시에서도 시행사가 어려워지거나 시공사‧금융사를 찾지 못하면 사업이 취소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며 “사전청약이 당첨되고 몇 년 동안 본 청약만 기다리면 집 걱정은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전청약에 당첨됐다고 그냥 전세 살면서 본청약을 기다렸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피해를 본 것”이라며 “그 기간 동안 투자를 하거나 아파트 급매물을 매입하는 등 내 집 마련을 할 기회비용을 날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와 공사비의 급격한 상승, PF 시장 여건 악화 등이 공공택지 개발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차라리 토지 계약금 10%를 날리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최소화하는 현명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 공사비가 2021년부터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한 뒤 올해까지도 계속 올랐다”며 “분양가상한제로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는 제한해 놓고 2~3년 전 공사비로 시공사를 찾으면 어떤 건설사가 들어오겠나”라고 지적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 단지 같은 경우는 입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파주역 초역세권인데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낙장불입이 된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수익을 남겨야 들어올 수 있는데 좋은 입지에 위치한 단지를 공사비에 비해 가격을 낮게 분양하라고 하면 DS네트웍스같은 사업 포기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이 취소됐던 파주 운정과 인천 가정 사업장을 3기 신도시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아직 LH가 토지 입찰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2~3년 전 공사비가 책정된 2기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사비가 반영돼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의견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를 대로 오른 공사비 때문에 공공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감사원에서 공사비 검증을 통해 조정하고 있는 추세”라며 “공사비를 완전히 현실화하기는 어렵겠지만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려 3기 신도시 입찰에 반영하면 그래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이후 사전청약을 재도입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LH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425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본청약을 마친 단지는 ▲양주 회천 ▲성남 복정 ▲서울 대방 등 13곳으로, 6915가구에 불과하다. 사전청약을 접수할 때 계획했던 본청약 시기를 지킨 단지는 양주회천 A24(825가구) 단 한 곳뿐이다.

LH는 오는 9월 3기 신도시 36개 단지 가운데 첫 번째로 인천 계양지구 A2·3블록의 본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인천 계양지구 A2·3블록 본청약 일정 역시 당초 계획보다 11개월 뒤로 지연된 상태다. LH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청약 예상 지연 기간과 착공 시기 등을 빠르게 안내할 계획이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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