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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후보 사퇴 압박 속 '700만원 드레스' 영부인, '정면 돌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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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일(현지시간) 패션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TV 대선 토론 이후 제기되는 후보 사퇴론에도 불구, 남편을 대신해 ‘정면 돌파’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선 레이스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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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TV토론을 마친 뒤 질 바이든 여사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손을 잡고 토론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명확한 발언을 하지 않는 가운데, 질 바이든 여사는 1일 공개된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각계각층의 사퇴요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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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대신 질 바이든이 ‘돌파 선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이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다 이날 오후 늦게 백악관에 복귀했다. 백악관에 전용 헬기 ‘마린원’이 내리자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입을 닫았다.

대통령 대신 후보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이는 질 바이든 여사였다. 바이든 여사는 이날 공개된 패션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은 90분의 토론이 바이든의 4년간 대통령으로서의 시간을 재단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신 ‘사퇴 불가’를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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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 1일(현지시간)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먼저 내린 뒤 질 바이든 여사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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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여사는 이어 “우리는 더 이상 혼돈을 원치 않는다”며 민주주의 수호와 반도체법 등을 통한 인프라 투자 등 바이든 행정부 1기 때 이룬 업적을 남편 대신 강조하기도 했다.



“700만원짜리 드레스 입은 여사”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여사의 인터뷰를 “미묘한 시점에 이뤄진 정치적 선언”으로 해석했다. CNN은 “향후 바이든의 최종 결단 과정에서 영부인의 역할이 결정적이 될 거란 점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와 유권자들이 뭐라고 말하든 바이든 여사는 기적을 믿고 있다”고 냉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여사가 보그 표지 사진 촬영에 착용한 옷을 지적하며 “거취와 관련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주목받는 시점에 5000달러(700만원)짜리 랄프 로렌 턱시도 드레스를 입고 ‘우리는 미래를 결정할 것’이란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상대인 언론을 상대로 싸움을 재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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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바이든 여사가 1일(현지시간) 공개된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에 등장했다. 바이든 여사는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자진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NYT는 바이든 여사가 착용한 옷과 관련 ″5000달러(700만원)짜리 랄프 로렌 턱시도 드레스를 입고 ‘우리는 미래를 결정할 것’이란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고 비꼬았다. 보그 8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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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TV대선 토론 후 NYT·WP 등은 편집회의를 거친 사설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해왔다. 앞으로도 바이든 사퇴를 위한 ‘싸움’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질문 쏟아졌지만…‘원고’만 읽은 바이든



영부인의 ‘대리 선언’이 나온 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6 의회 폭동 사태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사실상 인정한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업무복귀와 대선 완주의 명분으로 삼아 백악관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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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이 적힌 프롬프터를 보며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고를 다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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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바이든 가족이 별장을 떠날 무렵 “오후 7시 45분 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다”는 공지를 냈다. 성명 발표 1시간 전 시점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에게 일정이 전달된 시점도 성명 발표를 2시간 앞둔 때였다.

급하게 잡힌 성명은 일방적인 연설 형식으로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프롬프터가 마련된 단상으로 나와 “대법원의 결정은 법치를 훼손했다”며 “이제 국민이 트럼프의 행위에 대해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준비된 원고를 다 읽은 뒤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한 채 브리핑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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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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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다 망친다” 우려에도…지원사격 재개



민주당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 때문에 대선을 물론 11월에 함께 치러지는 의회 및 주지사 선거에도 악영향을 받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 문제에 대해 직언을 하는 이는 없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이를 두고 NYT는 “바이든은 재선 열망을 부추기는 측근과 가족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며 “퇴진을 요구해야 할 시점에도 당 지도자들이 침묵하거나 오히려 줄을 서도록 압박을 받았고, ‘플랜B’를 준비할 지도자도 없었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의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고액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 회의를 열어 ‘큰손’들을 설득했고, 바이든 캠프는 TV토론 후 처음으로 새로운 정치 광고를 공개하며 캠페인을 재개했다. 광고에는 첫 TV토론에서 나온 트럼프의 거짓 주장들을 열거한 뒤 “이런 거짓말을 본 적이 없다”고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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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이 1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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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오랜 측근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전 세계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3년 반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경험한 것은 (토론이 있던) 하루가 아닌 3년 반 경험한 바이든의 리더십”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엄호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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