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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북한 대표단, 1984년 체육회담에서 삐라 던지며 “이거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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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남북회담 사료집 다섯 번째 공개

아웅산 테러 후 국제사회서 고립되자 체육회담 제안

삐라·아웅산 테러 등 두고 고성 오가다가 종결

북, 이산가족보다 예술단 교환 방문에 방점

경향신문

1984년 4월 30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체육회담 모습.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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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미얀마 암살 폭발 사건(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 후 처음 열린 남북 회담에서 양측 대표단이 고성을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벌인 기록이 2일 공개됐다.

통일부는 1981년 12월부터 1987년 5월까지 진행된 인도 및 체육 분야의 남북회담 문서 1693쪽을 이날 공개했다. 남북회담 사료집 공개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북한은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노린 아웅산 테러 사건을 자행했다. 북한은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제사회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북한과 우방국이었던 미얀마 정부는 북한과 단교 조치에 나섰다. 이를 돌파하고자 북한은 한·미가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제의했으나 한국의 반대로 불발됐다.

그러자 북한은 1984년 3월, 개막을 4개월 앞둔 LA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자고 제의했다. 1984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1차 남북 체육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은 아웅산 테러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북측은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맞서며 고성이 오갔다.

북한은 체육회담에서 삐라(대북전단)를 문제 삼기도 했다. 1차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삐라를 남측 대표단 앞에서 흔들어보이며 항의했다. 북측은 “귀측의 정치발언과 삐라 사건이 본 회담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하나의 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1984년 5월 열린 3차 회담에서도 북측 대표단은 “우리 제도를 모욕하는 아주 나쁜 삐라” “이게 뭐야! 이거보라!”고 소리치며 남측 대표단 앞으로 삐라를 던졌다. 이에 남측 대표단이 “누구한테 무례한 짓을 하고 있어! 이성을 좀 차려!”라며 다시 북측 대표단에 삐라를 던지며 공방이 오갔다. 양측은 이후에도 “이성을 차리려면 자기 자세부터 똑똑히 하시오”(북측), “당신 정신병원에 가야겠구만”(남측)이라고 언쟁을 주고 받았다.

결국 총 3차례 진행된 체육회담은 북한이 “체육회담의 정치문제화”를 문제삼으면서 별다른 결실 없이 종결됐다.

경향신문

통일부는 2일 남북회담 사료집 10권·11권을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사료집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북한을 이끈 1980년대만 해도 북한이 체제 경쟁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적십자 회담에서 한국은 이산가족 재회에 방점을 둔 반면 북한은 남북 예술단의 교류를 우선시했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통해 체제 선전 선동을 하려던 것으로 읽힌다.

북한은 1984년 11월 남북적십자 예비접촉에서 예술인들의 교환공연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남측은 축제성 행사는 1000만 이산가족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북측은 예술단 규모는 300명, 이산가족은 100명으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남측은 고향방문단이 많아야 한다며 300명 동수로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이산가족과 예술공연단이 모두 50명씩 구성됐다.

남북회담 문서 공개 예비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시) 북한은 남북 간 자유 왕래를 하자고 강조했다. 김일성 시대에 남북 자유 왕래를 우리가 아닌 북한이 먼저 주장한 것은 북한 스스로 남한 여러 지역을 가서 사상 문화 지령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의도였다”며 “예술공연단 교환도 서울이 아닌 지방까지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김일성 시대에는 공연단을 통한 선전·선동이 집중된 시기인 만큼 공연단의 큰 규모,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의 공연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번에 남북회담 사료집 전체 내용의 85%를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지난 4차 공개(70%) 당시보다 공개율이 높아졌다. 김웅희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은 “4차 공개까지는 회담 내용에서 상대방을 매우 자극하는 정치적 발언은 비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부분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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