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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웃는 HMM 뒤로 고개드는 인플레 우려···중동 갈등·가뭄 직격탄 맞는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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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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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임이 다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와 기후 변화로 수에즈·파나마 운하의 사용이 어려워진데다 운송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HMM을 비롯한 해운사의 주가가 실적 개선 전망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망 불안으로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갈등과 가뭄에…해상운임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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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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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운송운임의 척도로 불리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2주 연속 상승하며 지난달 28일 기준 3714.32를 기록했다. SCFI가 3700선을 넘긴 것은 코로나19로 공급망 쇼크의 여파가 이어지던 2022년 8월 초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1000선을 밑돌았던 SCFI는 연말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해상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중동 홍해 지역에서 예맨 후티 반군의 위협이 크게 작용한 여파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 지지를 명분으로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박들은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하고 우회하거나 해군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면서 운송시간이 길어졌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도 지난해 엘니뇨로 일대가 기록적인 가뭄이 들어 수량이 부족해지면서 통행 가능 선박의 수가 평시의 60%로 제한됐다. 우기로 수량이 일정 수준 회복되며 이달 말부터 통행 가능 선박을 하루 34척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빨라야 연말에야 정상화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동량의 핵심인 운하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해운 공급이 그만큼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 물류 수송 성수기인 하반기에 접어들고, 최근 중국이 미국의 관세 적용 전 수출을 늘리기 위해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운송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공급은 충분치 않은데 수요는 오르면서 운송운임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반등하는 HMM 주가…석달 새 24% 상승


운임이 급등하면서 해운사의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주가(1만9970원)는 2일 기준으로 최근 석 달간 25.83% 올랐고, 덴마크의 대형 해운사인 머스크의 주가도 48.6% 상승했다. 최근 HMM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졌지만 실적 기대감에 주가는 계속 오름세를 보인다.

하반기에도 해상운임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홍해 지역 불안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파나마 지역 강수량이 크지 않을 경우 운하 정상화 시점이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해결책을 도모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요인, 정치·경제 이기주의를 원인으로 발생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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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 주가는 반등하지만 수출 기업들의 표정은 어둡다. 비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물류정보업체 프라이토스에 따르면 동아시아-미국 서부 해상운송비는 지난 4월 말 40피트 표준 컨테이너(FEU) 당 3094달러(약 430만원)였지만 지난달 28일 7052달러(약 980만원)까지 올랐다. 3개월 새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물가 상승 압박을 높일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원자재를 비롯한 수송 운임의 불안정성은 간헐적으로 인플레이션 불안을 재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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