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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효율·가격 다 잡았다"···LG엔솔, 유럽서 中 꺾고 질주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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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에 전기차 59만대분 LFP 배터리 공급

파우치 배터리 첫 셀투팩 적용

국내업계 최초 LFP 대량 수주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서 '낭보'

NCM서 중저가로 라인업 넓혀

보급형 타고 점유율 확대 기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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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프랑스 대표 완성차 제조사인 르노에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중국 업체의 텃밭인 중저가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FP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업체를 기술력으로 따돌리고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대규모 공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고가 배터리를 주로 공급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중저가 제품군에서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수조 원 단위로 예상되는 LFP 배터리를 수주하면서 중저가부터 하이엔드까지 폭넓은 라인업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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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르노에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9GWh(기가와트시)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보급형 전기차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배터리 용량을 고려하면 5조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자동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중국 업체를 제치고 LFP 배터리 수주를 따낸 것은 뛰어난 기술력 덕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르노에 공급하는 LFP 배터리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TP) 공정을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CTP는 셀-모듈-팩 순으로 제조하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셀을 직접 조립하는 기술이다. 모듈이 없어진 공간에 더 많은 셀을 채워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대신 무게를 줄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파우치 CTP는 각형 CTP에 비해 무게당 에너지밀도를 5% 수준으로 높게 설계할 수 있다”며 “고객별 차량에 따라 전비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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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안전성도 강화했다. 셀 내부에서 화재 발생 시 인접한 셀로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방지하는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하면서다. 또 전체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제조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LFP 배터리 공급을 계기로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 시기에 접어들면서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기아의 첫 전기차 대중화 모델인 EV3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르노와 기아를 포함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보급형 전기차 확대와 맞물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수주 성과를 이어온 점에 주목했다. 파우치 배터리 분야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는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중저가형 제품으로는 고전압 미드니켈(Mid-Ni), LFP 배터리 등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일본 이스즈모터스(1월), 독일 프로이덴버그 배터리 파워 시스템(4월) 등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5월에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미국 법인을 대상으로 4.8G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7% 늘어난 400억 달러(약 54조 7200억 원)로 성장하고 2035년에는 800억 달러(109조 42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더해 미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8월부터는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하는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이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7㎜, 높이 70㎜)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리며 높은 성장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으로는 고분자계 2026년, 황화물계 2030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김동명 사장 직속으로 미래기술센터를 출범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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