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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동관 3개월·김홍일 6개월 … 단명 수렁에 빠진 방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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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방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전격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경우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 업무가 마비될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 전임 이동관 위원장이 같은 이유로 3개월 만에 물러난 데 이어 김 위원장도 6개월 만에 사퇴하면서 관련 행정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하고 4일 표결에 부쳐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3명 등 5인으로 구성하는데,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 임명이 무산되면서 김 전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해왔다. 1인으로는 방통위가 운영될 수 없어 탄핵안이 통과되면 방통위는 완전히 멈춰서게 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면직안을 신속하게 재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인선 절차도 잘 진행하라고 지시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사퇴로 현 '2인 체제'인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됐지만 대통령실은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조속히 후임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가 시동을 걸었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이사진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다. 김 전 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방통위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방통위 업무를 속전속결로 진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후임 위원장으로는 지난해 여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됐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물망에 올랐다. 이 전 사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언론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이 전 사장을 신임 후보자로 지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청문회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말 부임도 가능하다. 야당이 협조해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나 방통위원장 자리는 국회 인준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대통령 의사에 따라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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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과 KBS·EBS 이사진 선임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는 오는 8월 12일 끝난다. 방통위 계획안에 따르면 계획안 의결일을 기준으로 14일간 공모 기간을 갖고, 이후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이 같은 일정이라면 새 방문진 이사진은 8월 중에 구성될 수 있다.

'야권 탄핵 추진-위원장 사퇴' 악순환의 배경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깔려 있다. 방통위는 KBS 이사추천권과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감사, EBS 이사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야권 성향의 시민단체와 언론단체로 확대해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를 유리한 구도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는 후임 방통위원장을 조속히 임명해 김 전 위원장 사퇴로 '1인 체제'가 된 방통위를 다시 '2인 체제'로 만들어 의사 정족수(2인 이상)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후 2인 체제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채워진 방문진 이사를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여(6명)-야(3명)' 방문진 이사 구조로 MBC 사장 교체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식에서 자진 사퇴한 이유에 대해 "야당의 탄핵소추 시도는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구하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저에 대한 직무 정지를 통해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라며 "방송·통신 미디어 정책이 장기간 멈춰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진 사퇴가 방통위 마비 장기화를 막고, 공영방송 재편 작업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단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사퇴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도망간다고 끝이 아니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야7당이 합의한 국정조사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제윤 기자 / 김대기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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