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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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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초등생 사망, '교사 vs. 운전기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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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사·교사, 각자 해야 할 일 다했어야"

2년 전 강원 속초에서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사고로 당시 교사 2명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버스 운전기사와 교사의 진술이 엇갈렸다.

연합뉴스는 2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가 교사 A·B씨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운전기사 C씨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사건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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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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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C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사고 당일 앞서 도착한 버스 2대와 달리 주차구획선이 없는 건물 앞에 버스를 세운 뒤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하차시킨 데 대해 B교사가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해 하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검사가 주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하차를 지적하자 "내리지 말라고 얘기 안 한 게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교사들의 변호인 주장은 달랐다. 변호인은 "B교사는 'C씨가 먼저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줘서 하차했다'고 주장한다. 원칙대로라면 교사가 정차를 요청했더라도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C씨는 "원칙은 그럴지 모르지만, 기사들은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차량의 이동 거리를 두고도 교사 측과 운전기사 측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운전기사인 C씨는 "1∼2m밖에 이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교사들의 변호인은 C씨가 상당한 거리를 움직였다는 점을 집중해서 따졌다.

C씨 측은 유가족에게는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진술들이 사고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며, 과실을 인정했다.

앞선 지난 2022년 11월 11일 오후 2시 6분쯤 강원 속초 노학동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선 초등학생 A 양(당시 13세)이 버스에 치여 숨졌다. A 양은 당시 체험학습을 위해 테마파크에 방문했다가 주차하는 버스에 치였다.

이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학생들을 인솔했던 해당 초등학교 교사 B·C 씨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고를 낸 버스 운전기사 D 씨(72)를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을 모두 예측하고 통제하기는 어려우나 운전기사와 선생님들이 각자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기에 기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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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노조와 경기교사노조가 지난 5월 23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출처=초등교사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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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초등교장협의회와 강원초등교장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교사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현행 법령 체계는 향후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판결로 인솔 교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면 앞으로 어느 교사도 현장체험학습을 인솔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난 4월 20일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현장 체험학습은 학교 밖의 가치 있는 교육적 체험을 공평하게 부여해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정당한 교육활동이다"며 "다만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해 교사가 심한 불안감과 부담감을 갖게 된다면 정상적인 현장 체험학습은 이뤄지기 어려워지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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