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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사설] ‘그게 나였을 수도’ 충격적인 서울 도심 역주행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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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서울 도심에서 승용차에 부딪혀 보행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오후 9시27분쯤 서울시청 인근 도로에서 68세 남성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두 대를 들이받고 인도에 서 있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인도 옆 금속 난간도 뿌리째 뽑혀나가며 보행자 보호엔 무용지물이었다. 경찰은 가해 운전자와 동승자 조사, 차량 정밀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졸지에 변을 당한 시민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사망자는 30~50대 남성들로 서울시청 근처에서 근무하던 직장인들이었다. 아울러 이 사고는 매일 거리를 걸어다니는 많은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날 밤 승용차가 휩쓸고 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를 상대로 실시한 간이검사에서 음주나 마약 흔적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운전자 측은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걸로 전해진다. 경찰은 부주의·고의·기계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처벌,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 시점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보행자 안전이다. 도로교통공단 집계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 동안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는 657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1만7312명)의 40%에 달한다. 매년 1315명이 길 가다 차에 치여 생명을 잃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서울 도심에서 벌어졌지만 전국 도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특히 시골 지역에는 특별한 안전장치 없이 교통사고에 노출된 고령 보행자가 많다. 평화로운 일상을 깬 이번 사고는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가 어떻게 인간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물로 둔갑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온 사회가 더 안전한 보행 환경과 교통 체계를 만드는 걸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향신문

전날 밤 역주행 교통사고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 2일 시민이 놓고 간 국화가 놓여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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