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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한덕수 "文정부, 국제사회 왕따" 野 "日과 동맹? 정신나간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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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열린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등을 놓고 격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상대 당에 대한 비방과 야유, 막말이 거듭됐다.

중앙일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며 "일본은 국토에 대한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한다고 생각하냐"고 발언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본회의가 정회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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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시작부터 채 상병 수사 과정 외압 의혹을 파고들었다.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에게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하지 않았냐. 왜 거짓말했냐”고 따져 물었다. 신 장관은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궁금한 게 있어도 장관의 판단이나 수사에 방해될까 봐 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10차례 이상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드러났다.

박 의원의 공격에 신 장관은 “거짓말한 적 없다”며 “속기록을 보면 채 상병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이 전 장관과) 통화한 적 없다고 분명히 나와 있다”고 응수했다. 박 의원의 “대통령의 직권 남용이 명백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신 장관은 “그것은 박정훈 대령(수사단장)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그 외 나머지 관련자들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파고들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에 관한 특검법을 거부하는 건 명백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가진 헌법상 권한은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며 “헌법을 초월해 우월적 지위 갖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받아쳤다.

윤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탄핵 청원에 대해 91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일제 강제동원 피해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방조가 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오염수 공세로 ‘100만 수산인을 다 죽이는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사과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반면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맞불을 놨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 해달라”고 했고, 한 총리는 “안보리 결의안이 가진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작동하는 데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이 ‘너무 나이브한 것 아니냐’고 비판도 받았다, 제재를 통해 대화로 나오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한국은 그 제재를 완화하자는 주장을 해 국제사회에서 일종의 왕따가 되는 상황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의 날 선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에게 “한미일 훈련 강화가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있다”면서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2일 국민의힘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어떻게 한미일, 일본과 동맹이라는 말을 쓰냐”고 힐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야유와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김 의원은 재차 “정신 나갔다,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맺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사회를 보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자제를 요청하면서 김 의원에게도 “언어 선택에 신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저는 평생 군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다”며 “사과할 분은 국민의힘“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군 출신이다. 김 의원은 이어 신 장관에게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질의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진행이 어려워졌고, 결국 주 부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언대 주변으로 나와 김 의원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니 창피하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일본과 동맹을 맺자는 게 정신 나간 것이지 제정신이냐”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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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정부질문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실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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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오후 9시 속개 예정이었던 대정부질문은 결국 파행됐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한 사과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 회의 속개가 어려워 졌다”며 “내일(3일) 의사일정을 다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제 질의를 방해하고 본회의를 파행시킨 국민의힘이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여당을 고소할 지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민주당이 예고한 채상병 특검법 2일 상정도 불발됐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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