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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 걸린 도쿄도지사 선거… 고이케 "3선 돼도 안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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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도쿄도지사 주요 후보들 조사
고이케 "추도문 송부 불가 입장 유지"
렌호, 고이케 비판하며 "송부 재개"
한국일보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고이케 유리코(왼쪽 사진) 현 지사와 렌호 전 참의원(상원의원)이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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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앞으로 다가온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7일) 결과에 따라 올해 9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분위기도 확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 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 때부터 추도문 낭독이 사라졌는데, 경쟁 후보들은 당선 시 재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는 계속 보내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고이케 경쟁자들 "역사와 마주해야"... 에둘러 비판


2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지사 주요 후보 6명에게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고이케 지사가 "(송부 불허에 대한) 입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달리 다모가미 도시오 후보를 제외한 고이케 지사의 경쟁자들은 모두 "추도문을 보내겠다"고 답변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를 추격 중인 렌호 전 참의원(상원의원)은 "추도식 주최 측이 요청하면 송부를 포함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외면을 "평가하지 않겠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이시마루 신지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장도 "역사와 마주해야 한다. 보내겠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엔지니어 출신인 안노 다카히로 후보 역시 "모든 분에게 마음이 닿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탤런트 출신인 시미즈 구니아키 후보도 "피해자 수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정리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일보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위령 행사 참가자들이 지난해 9월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을 찾아 추도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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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선거 판세는 고이케 지사가 앞서 있는 구도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28~30일 도쿄도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고이케 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지원을 받는 렌호 전 의원이 추격하는 상황이다. 고이케 지사는 집권 자민당 지지층으로부터 70%, 렌호 전 의원은 입헌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60% 이상 지지를 받았다. 무당파 중 30%는 고이케 지사를, 10% 이상은 렌호 전 의원을 각각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이케 지사 시절부터 7년간 도지사 추도문 끊겨


간토대지진 추도식은 일조(日朝)협회 도쿄도합회 등 일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1974년부터 매년 9월 1일 개최돼 왔다. 역대 도쿄도지사들은 도지사 명의 추도문을 보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하지만 추도문은 고이케 지사 시절인 2017년부터 뚝 끊겼다. 그는 도쿄도지사에 처음 당선된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으나, 집권 자민당 도의회 의원들과 강경 보수 세력의 반발로 2017년부터는 7년간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요코하마 등 간토 지역을 강타한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10만 명가량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그로 인해 일본에 살던 조선인 수천 명이 일본 자경단원, 경관, 군인에 의해 학살됐다. 희생자는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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