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勞, 투표 용지 찢고 협박···소상공인 "살려달라" 호소 끝내 외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난장판된 최저임금 업종구분 표결]

최임위, 7차 회의서 합의 못내고 또 표결

소상공인 “생존 달렸다”···호소 끝내 ‘외면’

민주당, 업종 구분 불가 법안으로 勞 지원

경영계 “최임위, 회의 원칙·진행 무너졌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업종 구분이 무산되면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여느 해보다 치열한 대립이 불가피해졌다. 업종 구분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노동계가 물리력까지 행사하면서 최임위 심의가 파행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 구분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경영계 측인 사용자위원은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기타 간이 음식점업에 대해 업종 구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업종 구분은 여느 해보다 올해 최임위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돌봄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업종 구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처음 형성됐다. 최저임금 업종 구분을 바라는 장외전도 치열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최임위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침체 장기화로 늘어난 대출을 감당하기 힘들어 연체율이 증가한 데 이어 소상공인·자영업자 폐업률까지 급증했다”며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요청하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업종 구분 표결 과정에서 노동계가 물리력을 행사했던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용자위원은 회의 후 공동 입장문을 통해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의사봉을 뺏었다”며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투표용지를 탈취해 찢는 등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위원은 9명의 근로자위원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추천한 위원들이 이처럼 행동했다고 지목했다. 이에 따라 경영계가 일시적으로 최임위 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용자위원 측은 “민주노총 위원들의 강압적 행사가 구분 적용이 부결된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며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지 신중하게 고민하겠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올해 업종 구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표결 결과에 허탈한 분위기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업종 구분 근거 조항을 없애는 최저임금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 법안이 올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2026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업종 구분 심의가 불가능하다.

노사 갈등의 우려는 최임위가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심의에 돌입한다는 점이다. 수준 심의는 최임위가 노사의 최초 요구안과 수정안을 반복 제출받는 방식으로 서로 원하는 수준 격차를 좁힌다. 노사는 최초 요구안부터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 추이를 보면 2020~2021년에는 10% 후반대였지만 2019년에는 43.3%, 2018년에는 54.6%였다. 2016년에는 79.2%에 달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정할 때 최초 요구안도 26.9%였다. 경영계도 만만치 않다. 경영계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4.2%, -2.1% 삭감안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최초 요구안은 동결이다. 매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안을 낸 셈이다. 올해 최초 요구안도 노사의 격차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업종 구분을 강하게 원했던 경영계는 앞으로 수준 심의에서 배수진을 칠 분위기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업종 구분이 무산된 만큼 임금 인상 수준을 제한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펼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단일 적용이 당연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예년처럼 고율 인상 요구로 맞설 방침이다.

지난달 27일 법정 시한을 어긴 최임위는 심의를 서둘러야 하는 고민이 깊다. 지난해 기록했던 역대 최장 심의 110일을 올해 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매년 최저임금 고시일이 8월 5일인 점을 고려하면 최임위가 법정 시한을 어겨도 국민이 직접적으로 보는 피해는 없다. 늑장 심의의 우려는 최임위가 노사 의견을 모으기 위한 운영을 제대로 못 하고 최저임금 제도까지 작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사는 4일 열리는 최임위 8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양종곤·박정현 기자 ggm11@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