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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1인 가구 덕분에…전용 27㎡가 12억?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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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초소형 아파트 투자해볼까


매경이코노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39㎡는 초소형 아파트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는 상품이다. (윤관식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안양역 2번 출구로 나와 약 5분 정도 걷다 보면 도색 작업이 완료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안양역푸르지오더샵이다. 올해 10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2736가구로 구성된다. 이 단지 특징 중 하나는 2022년 3월 일반분양 당시 전용 41㎡로 구성된 이른바 소형 아파트가 많았다는 점. 일반분양 물량 총 687가구 중 전용 41㎡가 155가구로 전체 20% 이상을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전용 41㎡ 일반분양 물량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1순위 경쟁률은 2가구를 모집한 전용 99㎡를 제외하면 전용 41㎡ 경쟁률이 가장 치열했다는 사실이다. 분양 당시 전용 59㎡는 대체로 6~7 대 1(59㎡ D타입은 18.4 대 1),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는 27~29 대 1 경쟁률이었지만 전용 41㎡는 3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 역시 일반분양 물량이 총 18가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용 41㎡가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입주를 3~4개월 앞둔 지금 분위기는 어떨까. 대단지 아파트는 준공 6개월 전부터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양역푸르지오더샵 역시 상당한 물량이 전세 매물로 나와 있다. 주목할 부분은 방 2개, 거실 등으로 구성된 전용 41㎡와 전용 59㎡ 전세 시세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현재 해당 단지 전용 41㎡ 전세 시세는 대략 3억9000만~4억3000만원 수준에 호가가 형성됐다. 전용 59㎡의 경우 전세 매물은 평균적으로 4억3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 수준이다. 일부 전용 59㎡ 로열동·호수는 4억원 후반대 매물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4억5000만원 전후로 전용 41㎡와 큰 차이가 없다.

안양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안양역푸르지오더샵의 경우 초소형 아파트인 전용 41㎡ 구조가 잘 나와 전세는 물론 매매 시장에서 인기가 있다”며 “올해 2월 이후 매월 1~2건 이상 해당 타입 매물이 거래되고 있으며 분양가 대비 웃돈도 2000만~3000만원 붙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이른바 전용 20~40㎡ 규모 초소형 아파트 수요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한때 수도권 초소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인기를 끌었다. 강남 일대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원룸 형태 전용 20~30㎡가 10억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다소 침체되면서 덩달아 초소형 아파트 인기는 다소 시들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다시 한번 역세권 초소형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다시 인기 끄는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 늘고 청약 시장에도 인기몰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용면적 21~60㎡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4월 1만3960건에서 올해 4월 1만7713건으로 약 2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거래량(1만1352건)과 비교하면 56% 늘었다. 특히 초소형 아파트로 불리는 전용 21~40㎡ 거래량 증가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지난해 4월 2039건에서 올해 4월 2343건으로 14.9% 증가했다. 지난해 12월(1765건)과 비교하면 무려 32.7%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내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내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570건에서 올해 4월 806건으로 41.4% 늘었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137건에서 올해 4월 245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분양 시장에서도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은 아파트 경쟁률이 올라가는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약받은 전국 소형 아파트(전용 60㎡ 이하) 평균 경쟁률은 17.94 대 1로 집계됐다. 중소형(전용 60~85㎡ 이하) 평균 경쟁률(5.08 대 1)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대형(전용 85㎡ 초과) 평균 경쟁률은 8.27 대 1이었다.

소형 혹은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구 구조 변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1인 가구는 처음으로 1000만가구(1002만1413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981만7789가구)보다 2.1%(20만3624가구) 증가했다. 전체 가구 수의 41.8%가 1인 가구다. 2인 가구도 590만9638가구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확인된 1~2인 가구만 무려 1600만가구다.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주거 수요 역시 재편되는 모습이다. 공급적인 측면에서는 각종 소형 평형 특화 설계 구조로 예전 대비 공간 활용이 대폭 향상됐다는 점 역시 한몫한다. 과거에는 전용 20~40㎡ 규모 초소형 아파트에서 거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전용 40㎡ 규모의 경우 방 2개, 거실 1개 구조는 물론 드레스룸이 있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수요가 늘고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은 당연히 오름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는 지난 5월 12억원에 거래됐다. 리센츠 전용 27㎡는 서울 초소형 아파트 대명사로 불리는 상품이다. 리센츠가 워낙 대단지(5563가구)지만 전용 27㎡ 역시 868가구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21년 한때 12억7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는 대체로 9억~10억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2월부터 다시 가격이 오르며 전고점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12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됐다.

헬리오시티 전용 39㎡ 또한 초소형 아파트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는 상품이다. 앞서 리센츠 전용 27㎡는 방 1개, 거실 1개로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반면 헬리오시티 전용 39㎡는 방 2개, 거실 1개 구조로 2인 가구도 거주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 39㎡는 올해 5월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은 2022년 2월 13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였다. 지난해 3월만 해도 대부분 거래가 9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지금은 전고점 대비 90% 이상 회복했다.

초소형 아파트 인기 지속될까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서울 강남뿐 아니라 광명이나 과천 등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서도 초소형 아파트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 전용 36㎡는 올해 5월 4억2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 신고가로 분양 가격은 2억원 초중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1억5000만원 이상 오른 가격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소형 혹은 초소형 아파트 인기가 지속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1~2인 가구가 해마다 30만가구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는 어느 정도 받쳐줄 전망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1~2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던 빌라·오피스텔 기피 현상 역시 소형 아파트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주택 시장 활황기에는 대체로 소형 혹은 초소형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다. 건설사나 시행사 입장에서는 작은 평수를 여럿 분양하는 게 상대적으로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즉,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 소형 아파트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사비 인상, 고금리 기조 속에 수도권 소형 아파트 분양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초소형 아파트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고 전용 59~84㎡와 비교해 매도가 쉽지 않은 만큼 투자 목적으로 매수할 때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매경이코노미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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