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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사설]‘면직-탄핵-사퇴’ 악순환에 13개월간 방통위 수장만 7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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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4.7.2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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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부위원장인 이상인 직무대행 1인 체제가 됐다. 전임 정부에서 야당에 유리한 이사들로 구성된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막기 위해 야당이 이사진 구성을 심의 의결하는 방통위를 위원장 탄핵으로 마비시키려 하자 선제적으로 사퇴한 것이다. 전임자인 이동관 위원장이 탄핵을 피해 자진 사퇴한 전례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정부는 후임 위원장 임명으로 다시 2인 체제를 만들어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진행할 계획이다.

장관급인 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5인의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정치권의 공영방송 주도권 다툼 속에 13개월간 수장이 7번째 바뀌는 파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5월 한상혁 위원장이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면직된 후 그해 8월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위원 2명이 차례로 직무대행 체제를 이끌었고, 이 위원장 사퇴 후 이상인 부위원장이 다시 직무대행을 했다. 김 위원장 사퇴로 이 부위원장은 직무대행만 세 번째다. 국회 추천 위원 3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대통령이 지명한 기형적 2인 체제로 운영된 지도 11개월이 돼간다.

공영방송과 방통위를 장악하려는 여야 간 힘겨루기는 늘 있었지만 이렇게 극단적이고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느라 방통위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전례는 없었다. 임기 3개월과 6개월을 막 넘긴 위원장이 줄줄이 탄핵 위협을 받아 사퇴하고, 과반도 안 되는 2인 체제 운영이 상시화하는 것 모두 초유의 일이다. 올 초에는 34개 방송사 141개 방송국이 재허가 결정이 늦어져 한동안 무허가 방송을 내보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말 2인 체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결정에 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린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공영방송 장악 다툼에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갑질에 대한 과징금 부과 같은 통신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방송과 통신 융합 추세에 맞춰 차별적 규제 체계를 재정비하는 장기 과제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제구실 못 하는 공영방송과 방통위를 왜 희소 자원인 주파수 쓰고 세금 낭비해가며 유지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여야의 정치적 대리인이 아닌 전문성 있는 합리적 인사로 5인 체제를 회복해 세금 써가며 방송 통신 발전을 가로막는 자해적 파행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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