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방문한 충북 진천군 현대에버다임 본사에는 먼 곳까지 물을 공급하는 펌프카부터 화재 시 고립된 시민을 구출하는 사다리차까지 여러 종류의 특장차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이날 30도를 넘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원들은 소방차 펌프 등의 완성도를 점검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대 1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는 현대에버다임의 펌프카 모습. 현대에버다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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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버다임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중 하나다. 건설기계장비와 재난안전특장차를 만든다. 에버다임은 ‘에버라스팅 패러다임(Everlasting Paradigm)’의 줄임말로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중장비 제조사업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사명(社名)대로 현대에버다임의 현재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역사의 산물이다. 1994년 한우티앤씨라는 임직원 80여명의 중고 굴착기 수출업체로 시작한 현대에버다임은 연구와 도전 끝에 어태치먼트(굴착기에 부착하는 집게, 드릴 등)와 콘크리트 펌프 등 건설기계장비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사업 영역을 소방차 등 특장차 제조까지 본격적으로 확장하며 사업 규모를 키워나갔다. 2015년에는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돼 대기업 계열 건설기계장비 및 특장차 제조업체로 커진 뒤 2021년 지금의 사명인 현대에버다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대에버다임은 현재 국내 건설장비 제조기업 300여곳 중 3대(大) 회사 다음갈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소방차 제조 분야에서는 독보적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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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버다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의 소방 장비 예산 규모 약 800억원 중 절반인 400억원가량을 현대에버다임이 가져갈 정도다. 연평균 6억∼7억원짜리 소방차 약 50대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현대에버다임의 임직원 수는 총 592명, 매출액은 3744억원이다.

회사가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는 제품의 작은 부분까지 직접 만들고 철저히 검수하는 노력이 뒷받침했다. 약 4만5000평에 달하는 현대에버다임 본사 부지에는 생산·개조·도장 등을 위한 공장 37개 동이 있다. 차량을 제외한 사다리 생산부터 차량 개조, 도장까지 대부분의 공정이 본사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아울러 안전재난을 담당하는 제품인 만큼 세계 최고로 꼽히는 유럽 제품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품질을 개선해 온 끝에 이제는 질적인 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에버다임은 “사다리차를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의 안전성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다”며 “견고한 것은 물론 흔들림 측면에서도 유럽 제품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제품의 질과 기술력 향상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올랐다. 현대에버다임의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게 그 증거다. 자연스레 해외 네트워크도 강화됐다. 현재 해외 법인 4곳(미국, 중국, 몽골, 파나마), 물류창고 1곳을 운영 중이며 110개국에 150개의 딜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미국의 유서 깊은 세계적 중장비 전문 기업인 매니토웍그룹과 콘크리트 펌프카의 북미 대리점(딜러십)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북미 지역에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현대에버다임은 매니토웍에서 크레인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MGX이큅먼트서비시즈’와 손잡고 북미 지역에 다양한 콘크리트 펌프카를 수출할 예정이다.

차량에서 설치되기 전 현대에버다임의 펌프장비 모습. 현대에버다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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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토웍은 현대에버다임에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 생산 전진기지 역할과 더불어 ‘현대’ 브랜드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에버다임은 “과거 현대에버다임 제품에 고품질로 잘 알려진 독일 등 유럽풍의 이름을 붙여 팔던 해외 딜러들도 이제는 오히려 현대에버다임 상호를 원하기도 한다”며 “독일, 스웨덴, 일본 등 전통 강호보다 가격은 20%가량 싸게 하면서 퀄리티는 비슷하고 종류는 다양하게 유지해온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에버다임이 생산하는 제품은 건설, 광산, 구조, 재난 등 총 240여종에 달한다.

현대에버다임은 ‘재난안전장비전문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후변화로 전례 없는 홍수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하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원자로 냉각을 위해 펌프카 2대를 지원한 경험이 좋은 자산이 됐다. 이를 토대로 발전소 특화 소방 솔루션을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솔루션을 국내 발전시설에 제공하는 창사 이래 최대인 762억6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과 유사한 발전소 사고 발생 시 인근 취수지에서 대용량 소방수를 취수해 발전소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설비다. 현대에버다임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재난안전장비 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품질 개발에 가려져 소외됐던 친환경과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에도 힘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에버다임은 탄소 절감 차원에서 내연기관 건설장비를 전동화하는 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단순장비부터 소방차 등 특장차에까지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더 단단히 책임지겠다는 계획이다.

진천=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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