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지서 민가·가게 습격, 474명 체포…시리아선 反튀르키예 시위
튀르키예 정치 쟁점화…시리아 내전 13년간 난민 400만명 유입
튀르키예서 시리아 난민 향한 '혐오' 폭력 |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난민 사회를 겨냥한 집단적 폭력이 확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국영방송 TRT하베르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튀르키예 중부 카이세리에서 현지 주민들이 연이틀 시리아 난민의 집과 가게에 돌을 던지고 차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이들을 진압하고 카이세리에서만 300여명이 체포됐다.
시리아 난민을 노린 튀르키예 주민들의 집단 폭력은 안탈리아, 가지안테프, 하타이, 부르사 등지는 물론 최대 도시 이스탄불 외곽에서도 벌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군중이 거리에서 시리아 난민으로 보이는 이들을 무차별 구타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시됐다. 일부 난민이 다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폭력 사태는 지난달 30일 카이세리의 시리아인 남성이 7세 사촌 여동생을 성추행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범인을 색출한다는 이유로 시리아 난민이 모여 사는 지역에 떼로 몰려와 집과 가게를 급습했다. 현지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는데도 이와 관계없이 흥분한 주민들이 집단 폭력을 행사했다.
튀르키예 내무부는 1일 "성추행 용의자의 신병을 경찰이 확보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그런데 이후 우리 시민들이 카리세리에 모이더니 시리아인들의 재산과 상업시설, 자동차에 불법으로 해를 끼쳤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이에 가담한 67명을 체포했지만, 폭력 사태는 다른 지방으로 확산했다.
시리아인을 겨냥한 폭력이 이어지자 튀르키예군이 주둔한 시리아 서북부의 튀르키예 군기지 앞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시위대는 튀르키예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 불을 지르고 거리에 걸린 튀르키예 국기를 찢으며 항의했다.
시리아 측 소식통에 따르면 사태가 격화하는 가운데 전날 튀르키예 측에서 바브 알하와, 바브 알살람 등 주요 국경 검문소 일부를 폐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反튀르키예 도중 숨진 시리아 주민 장례식 |
튀르키예 국가정보국(MIT)의 한 관계자는 "국내와 시리아 북부에서 벌어진 폭동과 관련한 대응책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고 데일리사바흐는 전했다.
알리 예를리카야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카이세리에서 추악한 일이 발생한 이후 어제 일부 도시에서 시리아인 공격 행위가 있었다"며 폭력 혐의로 총 474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난민 정책을 둘러싼 정치 논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이번 사태를 '파괴행위'(vandalism)이라고 표현하며 "외국인 혐오와 난민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는 것은 무익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족주의 성향인 튀르키예 야당 '좋은당'(IP)의 뮈사바트 데르비쇼을루 대표는 "카이세리에서 일어난 것 같은 상황을 방지하고자 정부에 여러 차례 경고했다"며 "난민 문제는 튀르키예 미래의 실존적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튀르키예에 약 36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정식 등록됐다고 집계하지만 실제로는 4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리아인 대부분은 13년간의 내전을 피해 고국을 떠났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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