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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의대 대신 공대 가고 64조 퍼붓고'...中반도체 버티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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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대학에서 컴퓨터나 인공지능(AI)을 전공할 것이다."
"'통재(通才)'가 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겠다."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동시에 합격했다. 전자공학이나 반도체 쪽 공부를 할 계획이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에 응시하는 여학생을 교사가 끌어안으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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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능 이과 수석들은 의대 대신 '이 학과' 선호

지난달 7~10일 치러진 중국의 대학 입시 시험인 '가오카오(高考)'의 성(省)별 결과가 잇달아 발표 중인 가운데, 3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각 성별 700점 이상의 고득점자들은 이같이 향후 지원 계획을 밝혔다. 가오카오는 750점 만점으로 중국 최상위 명문대학인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지원하려면 가오카오 응시 지역과 난이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 680~700점 정도가 지원선이다. 각 성의 '장원(전체수석)'급 점수는 통상 710~720점 사이를 오간다.

의대가 블랙홀이 된 한국의 입시와 달리, AI와 반도체의 기본이 되는 전자공학 등의 공학계열 전공이 이과 최상위권의 선택을 받으며 두터운 중국 이공계 인재풀의 기반이 되었다는 평가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문과생의 경우 경영학과와 함께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자율전공학과인 '원페이학원'과 '신야서원'이 최상위권의 선택을 받았다.

이과생의 경우 단연 컴퓨터·AI 관련 전공이 인기다. 칭화대의 '야오반'·'인텔리전스클래스(즈반)'같은 컴퓨터과학실험부가 인기이다. 야오반은 튜링상(컴퓨터 업계의 노벨상) 수상자인 야오치즈 칭화대 교차정보연구원장이 개설한 학과다. 수학 올림피아드, 물리 경진대회, 정보 올림피아드 등에서 1, 2등 경력이 있는 고등학생과 각 성의 이과 장원급 학생에게만 입학 기회가 주어진다.

칭화대 교차정보연구원은 야오반 외에도 인공지능 중심의 '즈반'을 개설했으며, 2021년에는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양자정보반'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칭화대의 공학 전공이 최상위권 사이에서 인기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거주하는 한 아이의 엄마인 마모씨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그리 인기가 있지 않다"면서 "자녀를 이과로 보낸다면 최근에 정부 차원에서 밀어주는 인공지능이나 아니면 수학, 물리와 같은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도 충분해 과학자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마씨는 "최근 중국의 대졸자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안정적인 의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곤 있지만 아직은 컴퓨터나 AI 관련 전공이 단연 선호도가 더 높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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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일러스트


"아낌없는 인적·물적 투자"...中 반도체 버팀목 되나

약 2년 동안의 고강도 제재에 중국 반도체업계는 자력갱생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 5월 중국 정부는 3440억위안(약 64조6720억원)의 뭉칫돈을 반도체에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워 자립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 주도의 빅펀드를 조성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로, 금액은 약 26조원이었던 1차 펀드와 37조원 수준이었던 2차 펀드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액수다.

AI와 반도체 관련 두터운 인재풀도 중국 반도체를 뒷받침하고 있다.

AI 인재의 이동을 추적하는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대학 학부에 2000개가 넘는 AI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칭화대 같은 최고 명문 대학에만 3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집중됐다. 상하이 푸단대는 오는 9월부터 1년간 100개의 AI 과정을 개설한다. 폴슨연구소는 "더 많은 컴퓨터 및 기초과학 전공자들이 AI 산업에 합류하면서 중국 연구자들이 최첨단 AI 연구의 중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상위 2% 수준의 AI 엘리트 연구자의 국적을 분석한 결과, 중국 출신이 26%로 미국(28%)을 거의 따라잡았다. 상위 20% 수준 연구자까지 폭을 확대하면, 47%가 중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한국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백기투항은 커녕 레거시(구형)와 제재의 틈새를 찾아 숨구멍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같은 배경엔 아낌없는 정부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두터운 이공계 연구·개발(R&D) 인력풀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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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7나노 이어 이번엔 HBM까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선단공정을 이용한 제품 양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미국이 제재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아니라 기존에 수입해 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7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칩을 양산했다. 대만 TSMC에서 생산된 제품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테스트 결과가 나왔지만, 미국 제재를 뚫고 미세공정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반도체업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AI 가속기(AI 반도체의 일종)를 직접 설계하고, 양산에 돌입했다. 또, 제재의 틈을 이용해 자동차·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레거시 반도체 생산량을 점점 늘리고 있다.

중국 해관(세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626억1300만달러(약 86조3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력 증대로 중국은 2025년 글로벌 웨이퍼 총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오히려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메모리업체들도 AI 시대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도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이번에는 HBM 반도체 제조를 위해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우한신신과 손잡았다고 1일 보도했다. SCMP는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가 HBM 칩에 진출하는 것은 미국의 기술 제재를 무시하려는 화웨이의 가장 최신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주요 D램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HBM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로이터 통신은 CXMT가 퉁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HBM 칩 샘플을 개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 HBM이나 파운드리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격적인 외부 인력 영입과 물량공세, 그리고 R&D 인력까지 세계 정상급이라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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