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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박해수 "벚꽃동산' 특별한 이유? 배우처럼 좋은 직업 있을까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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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폐막 연극 '벚꽃동산' 황두식 역 박해수 인터뷰

"나는 연약하고 결핍 많지만, 연극을 하면서 성장"

뉴스1

배우 박해수는 연극 '벚꽃동산'에서 자수성가한 기업가 황두식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Studio AL,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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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이제 공연이 여섯 번밖에 안 남았습니다. 배우들 모두 서로 친하게 지냈고, 또 무대에 설 때면 서로에게 기대어 살았죠. 공연이 끝나면 아주 공허할 것 같아요."

연극 '벚꽃동산' 폐막을 앞둔 배우 박해수(43)는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그는 지난달 4일 개막해 오는 7일까지 공연하는 이 작품에 자수성가한 기업가 황두식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벚꽃동산'은 한 러시아 귀족 가문의 몰락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와 이에 뒤처진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그린다.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동산'을 2024년 한국 배경으로 옮겨와, 어느 재벌가의 몰락 이야기로 재창작했다.

박해수는 이 작품이 자신에게 특별한 이유에 대해 "10명의 배우가 함께하면서 유기체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같이 떨고 긴장하며 무대에 오르면서 강한 소속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첫 공연 때 실수로 자신이 맡은 대사 여덟 줄을 빼먹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한 뭉텅이 대사가 '증발'하자 배우들만 아는 정적이 일순 흘렀지만, 함께 무대에 오른 전도연 등 다른 배우들의 순발력 있는 도움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고 했다.

박해수가 '벚꽃동산'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송도영 역의 전도연에게 있다. 지난 4월, 이 작품의 제작발표회 때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전도연 선배님이 공연한다고 하셔서 꼭 같이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그였다. 박해수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전도연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역시 전도연 선배님이셨어요. (선배님이) 가진 아우라와 사랑 에너지가 엄청났죠. 이렇게 장기간 무대 위에서 선배님과 눈 맞춤 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도연 선배님은 배우들을 진심으로 믿어 주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박해수는 자신이 연기한 황두식에 연민을 느끼는 듯 보였다. 황두식은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고 어머니 없이 자란 상처를 지닌 인물. 성공을 향한 갈망과 출신에 대한 열등감이 공존하는 캐릭터다.

"황두식이 불쌍하게 여겨졌어요. 폭력성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과거의 상처에 매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물론 우리 아버지는 폭력적이진 않았지만, 거친 면이 있었어요. 또 제가 연극 한다고 했을 때 '네가 딴따라를?' 하며 보이신 눈빛을 기억해요. 지금은 좋아해 주시죠.(웃음)"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로 데뷔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프랑켄슈타인' '파우스트' 등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연약하고, 눈치도 많이 보고, 결핍도 많은 사람"이라며 "연극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박해수'로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부분이 정말 많다"고 했다.

과거 대학로 소극장에서 단 한 명의 관객을 두고 공연하던 박해수는 어느덧 스타 반열에 오른 17년 차 배우가 됐다. 배우로서 초심을 새길 때면 오래전 '그날'이 떠오른다.

"연극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여고생 관객이 울면서 저한테 왔어요. '그만 살고 싶었는데 이 공연을 보면서 다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라고요. 몇 년 지나 지방 공연에서 대학생이 된 그 학생을 다시 만났죠. 관객이 위로받고 저도 위로받아요. 이런 직업이 어디 있을까요?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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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은 오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다. 왼쪽은 재벌 3세 송도영 역을 연기하는 전도연.(Studio AL, LG아트센터 제공)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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