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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현직 버스기사가 운전미숙? VS 브레이크 안밟아… 사고원인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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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고도 계속 달린 거 보면 급발진”

“사고 직후 스스로 제동? 통상적 급발진 아냐”

차씨 “운전경력 40년 이상 베테랑…100% 급발진” 주장

헤럴드경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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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일단 ‘차량 이상’ 증상인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급발진이 아닌 정황들도 여러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확한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분석 작업에 1개월 이상 소요되는 작업이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3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사고차량 운전자가 주장하고 있는 ‘급발진’은 운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차량이 급가속하는 현상으로 아직 뚜렷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손해배상 소송에서 급발진을 인정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확정 판결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형사 재판에선 딱 한번, 그것도 1심에서만 인정된 바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지하주차장을 나오던 그랜저 차량이 캠퍼스를 질주해 보행자를 쳐 사망케 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운전 경력 30년의 피고인이 가속 페발과 브레이크 페달을 착각해 13초나 되는 시간 동안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차량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아직 재판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 차량의 특징으로 ‘갑작스러운 가속과 충돌(마찰력)에 의한 멈춤’을 짚는다. 사고 당시를 재구성해보자면, 사고를 낸 차량(2018년식 제네시스 G80 차량)은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의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다음 4차선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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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 블랙박스에 기록된 사고 상황.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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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왼편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열댓명을 치고 이후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했다. 그리고선 교차로를 가로질러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췄다. 사고 당시 찍힌 영상을 보면, 멈출 때 또한 가속이 유지되는 것이 아닌 서서히 멈춰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윤원섭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엄청나게 빠른 속력으로 달렸고, 그러다 부딪히고서도 계속 달렸다. 빨리 달리면서 사고 차량이 부메랑처럼 회전하는 장면도 보였다. 결함이 있는 차량이니까 그렇게 움직인 것”이라며 급발진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급발진연구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 교수는 “급발진은 세게 나가면서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멈추는게 10건 중에 9건이라, 이번 사건은 통상적이진 않다”면서도 “(급발진은) 차가 정상으로 가다가 차와 부딪히면서 급발진이 생기는 사례도 있고, 급발진이 생겼다가 차하고 부딪혀서 정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후자로 보인다”고 급발진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다만 “사고 직후 운전자가 차를 세우는 영상은 운전자에게 불리한 정황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보통 (급발진 차량은) 구조물이나 전봇대 충돌로 인해 차량이 멈추는데, 해당 차량은 브레이크를 잡고 서서히 선다”며 “브레이크가 안들어가고, 가속력은 더 붙고 어떤 차량이나 사람을 들이받아도 속도가 줄지 않는 것이 급발진”이라며 급발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중간에 짧게 급발진이 생겼다가 정상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통상적이지는 않다”며 “사고 직후 운전자가 차를 세우는 제동 영상은 운전자에게 불리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급발진 증상 중 하나인 ‘굉음’이 발생했는지, 사고 당시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꾸준히 들어왔는지 여부도 확인해봐야 한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펑 소리가 크게 났다”고 했지만, 꾸준히 이어진 굉음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굉음이 차량 충돌로 인한 소음인지 차량 내부에서 발생한 소음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브레이크의 경우 차씨 차량의 EDR(사고 기록 장치)에 남은 전자 기록을 토대로 할 때,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90% 이상 강도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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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전날 밤 발생한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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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고 차량을 운전한 차모(68) 씨는 운전 경력만 40년이 넘고 한때 탱크로리까지 몰았던 현직 버스기사로 알려졌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사고가 난 시점으로부터 약 15분 후 자신이 속한 경기도 버스회사 버스노선 팀장에게 “형, 이거 급발진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헤럴드경제 [단독]“형, 이거 급발진이야” 시청역 사고 운전자, 사고직후 동료에 전화 참고)

차씨는 조선일보에도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가 평소보다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운전을 오래했고 현직 시내버스 기사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차씨의 주장에 대해서 “급발진과 관련해 경찰에 서면진술을 하는 등의 공식적인 진술은 없었다”면서도 “자기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텐데, 결과에 따라서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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