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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기자수첩]배달플랫폼 규제, 공정위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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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네요."

기자가 지난달 21일 내보낸 <배달플랫폼 '셀프 점검'...공정위 1년간 비공식 경고도 '0'건>이란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기사는 지난해 공정위 주도로 출범한 '배달플랫폼 민간 자율규제 기구'가 1년간 배달플랫폼 5개사를 대상으로 공식·비공식 경고를 포함해 어떤 조처도 내린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해당 댓글 밑엔 ‘아무 문제가 없으니 공정위가 가만히 있던 것 아니냐’는 반박 댓글이 달렸다. 정말 배달플랫폼 시장에 아무 문제가 없던 걸까, 아니면 공정위가 제 일을 하지 않은 것일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공정위가 '제시한 틀' 안에선 문제가 없었던 것이 맞다. 자율규제 기구가 제시한 상생 방안엔 자영업자들이 요구한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문제가 쏙 빠져 있어서다. 수수료 협상권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배달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를 두고 플랫폼을 상대로 한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협상권'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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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3월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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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련 내용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협약인 만큼 플랫폼 동의 없이 어떤 내용을 강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 결과, 자율규제 방안은 주로 불공정한 배달플랫폼 약관(계약서)을 개선하는 데 집중됐다. 알맹이만 쏙 빠진 규제 방안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자영업자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로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수수료로 인한 한 달 총부담액이 3배 넘게 증가한 점주들은 음식과 '최소 주문 금액'을 인상하며 방어에 나섰고,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교촌, BHC 등 전국 5대 브랜드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미 '3만원' 치킨값 인상을 본격화한 상태다.

수수료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근원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는 없다. 과도한 수수료가 점주들을 생존의 위협으로 내몰고 있고,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전이되는 등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자율규제기구가 제 역할을 하려면 수수료 문제를 협상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 문제를 방치하고 있으니 '공정위가 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게 아니겠는가.

코로나 이후 국내 배달 시장이 무섭게 성장했음에도 공정위는 배달플랫폼 규제에 소극적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로 과징금 257억원을 받을 때도 배달플랫폼 시장은 건드리지 않았고, 최근 배달의민족(배민)의 UI 설계 및 자사 우대에 관해서도 자체 시정 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자율규제가 아닌, 공정위의 직접 개입이 필요한 때다. 아시아경제가 '배달앱의 배신' 기획을 준비하며 만난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생업을 제쳐두고 인터뷰에 나섰다. 또박또박 그간 피해를 설명하던 목소리에선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이야기로도 들렸다.

공정위는 언제까지 이들의 아우성을 보고만 있을 텐가. 배달플랫폼과 점주 간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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