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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거래 첫날 공모가 추락 첫 사례"…이노스페이스, 고평가 누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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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 날 공모가 하단 첫 사례

미래 실적 추정치 고밸류 논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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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상장 첫 날부터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상장을 주도한 미래에셋증권과 이를 승인한 한국증권거래소에 대한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는 오전 9시 38분 기준 전일 대비 11.03% 하락한 3만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는 공모가 대비 20%나 빠진 3만4450원이었는데 데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상장 첫 날 시초가는 공모가(4만3300원) 대비 1.39% 오른 4만3900원으로 출발했고 장중 6.3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이노스페이스의 주가는 이례적이다. 신규 성장주들의 성과가 공모주 활황기보다 못한 상황이라지만 대부분이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로 시초가가 형성됐지만 이노스페이스는 하락하는 다른 주가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스팩과 리츠를 제외한 일반 기업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한 것은 올해 들어 이노스페이스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동인기연이 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2.83%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노스페이스의 낙폭은 20%를 넘어섰다. 올해 스팩과 리츠를 포함하더라도 신규 상장주가 하락한 것은 2%남짓인 반면 이노스페이스는 첫날 20% 넘게 하락한 것은 처음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시가총액 4062억원을 코스닥에 입성했다. 올해 시장에 입성한 공모주 가운데 몸값이 가장 높아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업가치가 부풀려져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다 보니 상장 후 주가가 빠르게 흘러내려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유통 가능물량 30%, 오버행 우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공모주가 상장 첫 날에는 급등 혹은 ‘따상’하는 데 반해 이노스페이스는 이례적인 주가 흐름을 보였다. 상반기 공모주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24% 상승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은 상장일 주가 변동폭을 확대했다. 신규 종목의 가격제한폭을 기존 63~260%에서 60~400%로 늘렸다. 변동 폭을 늘리면 가격의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어 시초가부터 균형 가격을 찾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상장 첫 날 이노스페이스에 적용되는 가격 제한폭은 2만6000~17만3200원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반청약에서 흥행한 것과 달리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지난 6월 20~21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1150.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청약 증거금은 약 8조2836억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특히 전체 참여기관 중 약 99.6%에 해당하는 기관이 희망공모가 밴드(3만6400~4만3300원) 상단인 4만33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공모주 물량을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써낸 기관의 과열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상장 첫 날 이노스페이스의 상장주식수(보통주 기준) 937만5694주 가운데 시장에서 유통가능한 물량은 278만2877주로 29.68%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유통가능물량이 30%에 달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상장 후 주가가 부진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노스페이스는 1개월 뒤 의무보유확약 물량의 55%가 풀린다는 점도 오버행(잠재적 물량출회) 우려를 자극했다.

기관투자자들의 보호예수 기간도 1~3개월로 다른 상장 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 미래 실적 추정치 고밸류 논란, 공모주 시장 꺾이나


무엇보다 이노스페이스는 부진한 실적 때문에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설립 이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억3100만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 159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는 매출은 없고 영업손실 46억9000만원을 냈다.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다. 실적은 미미해도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상장하는 방식으로 '미래 실적 추정치'로 공모가를 산정한다. 때문에 실적 추정치가 실제 숫자로 증명될 때까지 고평가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회사는 지난 3월 수주잔고 1251만달러(약 173억7513만원)을 공시한 바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기업가치는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시스템, 제노코 등 3사의 기업가치와 비교해 PER 42.3배로 책정됐다. 첫날 종가기준 이노스페이스 기업가치는 3230억원 수준이다.

이노스페이스는 2025년 3월 첫 상업 발사를 앞둔 가운데 앞으로 추진 과정과 성공 여부가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업 발사 횟수를 2025년 7회, 2026년 10회, 2027년 16회, 2028년 24회로 늘려간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의 매출 추정치는 가변성이 높고 발사체 실험이나 연구가 실패할 경우 재추진을 위한 비용과 시간도 소요된다. 또 다른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한 VC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 시험, 위성 발사체의 경우 글로벌 시장의 경쟁사들이 많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데 이노스페이스는 무엇보다 아직 상업 발사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매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시장성 확보가 어려운데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출범시키는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장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기술특례 상장이기 때문에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은 없다. 풋백옵션은 증시에 입성한 기업이 조기 부실화되는 경우 공모주 투자자가 해당 주관사에 주식을 다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상장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올해부터 풋백옵션이 의무화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유통물량이 30%수준으로 상장 당일 물량이 크지 않았지만 전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장도 하락세로 인해 기관물량 소화가 원활하지 못해 하락세를 가져온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특히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인 우주항공섹터가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형주 위주로 급락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성장성 기술특례기업 주관사에 적용했던 풋백옵션 의무를 올해부터 상장 후 2년이내 부실이 발생한 기술특례기업의 주관사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거래소는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향후에도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고평가 논란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이노스페이스의 기술성도 유효 여부, 해외 수주 내역, 매출 확보된 것 등 시장성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시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h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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