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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자영업자 점포철거비 400만원…재창업엔 컨설턴트 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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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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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점포 철거비 지원 규모가 최대 2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폐업 후 재창업을 원하는 자영업자에겐 1대 1 컨설턴트를 붙여준다.

3일 정부는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이하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세계 주요국보다 자영업자 비중(2022년 말 현재 23.5%)이 커 경쟁이 과도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고금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서민 경제의 주축인 자영업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 3년차 핵심 민생 대책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대책의 총 지원 규모는 약 25조원이고, 지원대상 인원은 최대 82만명가량에 달한다.


이날 대책 발표에 앞서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시기 자영업자의 영업은 제한하면서도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대출을 지원한 것이 지금 자영업자 어려움의 근본적 원인”이라며“도움이 절실한 자영업자를 충분하게 지원하는 한편, 현금 살포와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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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우선 적자를 보는데도 폐업할 돈이 없어 ‘좀비’ 상태로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를 위해 퇴로를 열어주기로 했다. 내년부터 점포 철거비 지원 규모를 최대 2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리는 게 포인트다.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평균 점포 철거비용(폐기·원상복구)은 848만원에 달한다.

폐업할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대부분은 상당한 빚도 지고 있는데, 정부는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의 규모를 30조원에서 4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채무조정 대상기간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에서 올해 6월까지로 늘린다. 신청 기한도 2026년 12월까지로 늘려 잡았다.

한계 상황에 빠진 자영업자 가운데선 다른 일을 할 엄두를 내지 못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매월 50만~110만원(최대 6개월)에 달하는 훈련참여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폐업 자영업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고용촉진장려금 명목으로 1년간 매월 30만~60만원을 준다.

다시 창업을 하려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철저한 시장 분석 없이 ‘회전문 창업’을 하는 걸 막기 위해 재창업 컨설턴트를 1대 1로 붙여주면서 밀착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미 포화 상태인 도·소매나 음식·숙박 업종보다는 성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는 헬스·뷰티케어, 친환경, 레저·문화, 애견, 시니어 분야로 유도할 방침이다.

중앙일보


악조건 속에서도 장사를 잘하는 자영업자는 더 잘하도록 밀어준다. 소상공인에서 소기업으로 도약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정책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보급하고 온라인 판매채널 진출을 돕는다. 소기업으로 성장 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연계를 통해 최대 7억원을 지원한다.

채무 부담도 덜어준다. 오는 8월부터 정책자금 상환연장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연장기간도 최대 5년까지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한 이달 중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을 이용할 경우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을 신설한다. 고금리 대출(7% 이상)을 저금리 대출(4.5% 고정금리, 10년 분할상환)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의 요건도 오는 8월 중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고정비용 지원 방안도 나왔다. 임차료를 인하한 임대인을 지원하는 ‘착한임대인 세액공제’는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 이달부터 전기료 지원(20만원) 대상을 연매출 3000만원 이하에서 60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 50만명가량이 추가로 전기료 지원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배달료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달료 지원이 플랫폼 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세심하게 설계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 정책들은 이달부터 전국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통합 안내받을 수 있다. 다음달부터는 중소기업 통합콜센터(1357)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좀 더 근본적인 자영업자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 은퇴자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걸 막기 위해 퇴직연금과 주택연금 등 안전망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택연금과 관련해 안 교수는 “집값이 오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주택연금 가입이 활발하지 않고, 집을 틀어쥔 채 개미무덤 같은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들썩이는 집값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민중·임성빈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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