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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충청권서 지역 정당 창당론 ‘솔솔’…정치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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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대전시장 “충청권 배려 없다” 지역정당 필요성 언급

22대 국회의원 영·호남 출신 60% 달해…충청권 13%에 그쳐

김태흠 충남지사 “의원내각제라면 가능성 있다” 동조움직임

충청권 기반 지역정당 자민련·선진당등 거쳐 2012년 종지부

정치권 “충청권 출신 대선 후보 없이는 성공 힘들어” 부정적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거대 양당 정치에 따른 폐해가 계속되면서 최근 충청권에서 지역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충청권 정계를 대표하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주도적으로 지역 정당 창당론을 언급하면서 제2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또는 자유선진당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장우 대전시장(오른쪽)이 2일 대전시청사를 찾은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만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시, 충남도,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1일 대전시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22대 국회의원 중 영남 출신 100명, 호남 80명, 충청 40명으로 정당의 핵심 인물이 영·호남 중심이다 보니 선거할 때만 되면 영·호남 배려는 있는데 충청권 배려는 없다”며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도 충청권 배려가 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나 최고위원 후보가 대전에 오면 충청권 배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며 “1~2년 안에 충청권 정치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지켜본 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역 정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충청권 배려는 충청도민들의 긍지와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자, 충청권의 수부 도시인 수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역설했다.

실제 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의 출생지별 의석수를 보면 충청권 출신 의원은 미확인 2명을 제외한 전체 298명 중 13%인 40명이다. 영남은 101명(34%)으로 가장 많았고, 호남 77명(26%), 수도권 62명(2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 시장은 “여·야는 영남과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선거가 시작하면 서로의 강세 지역에서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호남 배려, 야당은 영남 배려라는 식이다. 누구도 충청 배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시장은 2일 대전시청사를 찾은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도 “충청당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고 충청에 기반해 있는 전국 정당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원 후보는 “국민의힘이 충청 중심이 되지 않고는 회복할 방법이 없다. 당 운영이든 국정 운영에서든 빠른 시간 내로 증명하겠다”며 “충청배려 보다 한 단계 높은 충청 중심을 약속하겠다”며 지역 정당 창당 마음을 접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원내각제라면 가능성이 있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우처럼 원내 과반을 얻지 못한 정당간 연정을 통해 주도적으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조했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정당간 협치로 극단적 대립의 정치를 끝낼 수 있다는 대안이라는 것이 김 지사의 복안이다. 다만 현행 대통령제 하에서의 창당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충청도 정당 창당에 대해서는 이장우 시장과 종종 대화를 나눠왔다”며 “(그러나) 대통령제에서는 쉽지 않은 얘기로 지방선거나 총선 때는 몰라도 대선 국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영남과 호남의 대결 구도 속에서 치러지고 있어 충청도 정당이 설 자리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충청권을 기반으로하는 지역 정당은 1995년 창당된 자유민주연합을 시작으로 자유선진당, 선진통일당까지 2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했다. 충청에 제일 먼저 뿌리를 내린 자민련은 1995년 3월 김종필 전 총리의 주도로 창당됐다. 자민련은 창당 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광역단체장 3석과 대전·충남 기초단체장 대다수를 석권한 것은 물론 강원도지사를 압도적인 격차로 당선시키며 정치 권력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이후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에서도 녹색바람을 일으킨 자민련은 대전 7석, 충남 12석, 충북 5석에 이어 대구 8석, 경북 2석, 경기 5석, 강원 2석, 전국구 9석 등 모두 50석을 획득했다. 이어 1997년 15대 대선에서 이른바 ‘DJP 연합’을 이뤄내며 정권 창출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DJP 연합 붕괴후 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17석을 얻어 원내 교섭단체 요건에 들지 못했다. 2004년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 치러진 총선에서 지역구 4석을 얻는 초라한 결과를 낸 후 김 전 총리의 정계 은퇴와 함께 사실상 붕괴의 길로 접어들었다.

충청권 지역 정당은 심대평 당시 충남지사가 자민련 탈당 후 국민중심당을 창당하면서 부활했다. 당시 심 전 지사는 정진석·신국환·이인제·류근찬·김낙성 전 의원 등을 합류시키며 기반을 확대시켰다. 그러나 2006년 4회 지선에서 한 명의 광역단체장도 배출되지 않은 데 이어 현역 의원들까지 탈당하면서 좀처럼 세를 불리지 못했다. 국중당은 17대 대선을 거치며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와 연대를 통해 2008년 2월 자유선진당 창당으로 사라졌다.

이 전 대표와 심 전 지사가 뭉친 자유선진당은 창당된 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총 18석을 획득하며 지역 정당 부활의 기지개를 폈지만 자민련과 달리 충청권 외 모든 지역구에서 패배하며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선진당은 당내 인사들의 탈당과 분열을 겪은 뒤 진행된 5회 지선, 19대 총선을 겪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명을 자유선진당에서 선진통일당으로 바꾸고 이인제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등 재건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2012년 새누리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거대 양당 체제로 회귀, 지역 정당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정치권 인사들은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이 성공했던 건 김종필, 이회창 등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현재의 거대 양당 구조에 따른 폐해는 심각하지만 과거보다 오히려 이념·진영 논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만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유권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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