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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권익위, 전문자격시험의 공직자 특례 폐지 권고…회계사·변리사 시험 등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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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경력자, 시험 면제 혹은 일부 과목 면제 받아

권익위, ‘특례 전면 폐지’ 권고…“모든 부처가 수긍”

2025년 6월까지 정부안 마련 권고

경향신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전문자격시험의 공직경력 특례제도 전면 폐지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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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변리사·세무사 등 국가 전문자격시험에서 공직 경력자들에게 주어지던 특례 제도가 전면 폐지하는 안이 추진된다. 현행 제도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공직 경력이 있으면 시험을 보지 않아도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거나 일부 시험 과목을 면제받을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일 국가 자격시험제도와 그 운영 과정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직 경력 특례 인정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소관부처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가 자격시험제도의 불공정한 특례제도 개선 추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권익위에 따르면 현재 국가 전문자격시험 총 176개 중 15개가, 공직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시험을 보지 않아도 국가전문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거나 시험 일부 과목을 면제하고 있다. 법무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행정사, 손해사정사, 보험계리사, 변리사, 보세사, 경비지도사,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 손해평가사, 소방시설관리사, 소방안전관리사 시험 등이 해당된다.

권익위는 공직 경력 특례제도가 공직사회 내 공정문화 정착을 저해한다는 비판, 과도한 특례라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서는 공무원만 면제받은 과목의 과락률이 82.13%에 달해 일반 응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세무 공무원의 이 시험 합격자 비율은 직전 시험에서 6.6%였다가 이 회차에서 33.6%로 급증했다.

공직에서 퇴임한 전문자격사들이 전관 경력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도 추진된다. 변호사, 관세사, 행정사, 세무사는 현행 개별법에 따라 공직 퇴임 후 1년간 전 소속기관 수임이 제한된다. 이런 행위 규제 근거가 없는 공직 퇴임 전문자격사는 전 소속기관 수임을 1년 동안 제한할 것을 권익위는 권고했다.

권익위의 권고는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제도 개선 관련 사안은 특히 수용률이 높은 편이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각 부처의 의견을 구하고 일부 부처에서 난색을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지속해서 양해를 구하고 설득을 했다”며 “지금 모든 부처가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권익위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소관 부처는 각각의 관계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권익위는 2025년 6월까지 권고 기간을 두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해당 부처 내부적인 사정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시간적인 여유를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파적인 이슈는 아니라서 (야당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는 크게 문제없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전문자격시험의 공직경력 특례제도 전면 폐지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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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의 강한 반발이 우려된다. 권익위가 2022년 9월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중앙공무원 3만9734명 중 80%가 공직경력 인정 특례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지방공무원 9만7812명 중 78%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3534명 중 77%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공직 경력 인정 제도 폐지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 자격시험 응시생들이 법상 공직 경력 인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며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총 다섯 번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헌재는 모두 기각 또는 각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공정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했다는 입장이다. 권익위는 “헌재의 결정은 헌재 직원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이었다는 여론도 존재한다”고 했다. 헌재에서 일정 기간 혹은 일정 직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직원은 법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는데 헌재 결정에 이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최근 권익위 방침에 이견이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번 권익위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무사법에 따르면 헌재 직원처럼 일정 경력 이상의 법원·검찰청 직원도 법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는다. 김 부위원장은 “권익위는 행정부처에 권고할 권한이 있지만 법원 같은 조직에 대해서는 제도 제안을 할 수 있다”며 “기본 방향이나 취지는 옳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원안 그대로 제도 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행정부 소속인 검찰청은 이번 권익위 권고를 수긍했다.

법무사법의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개정안을 마련하면 법원의 반대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가 자격시험 특례 폐지 방침이 정부의 국정 과제인 만큼 법무부가 법원 공무원들의 특혜 조항만 남겨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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