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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20년 만에 새 지폐 발행한 일본 들썩…5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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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새 지폐 내놓은 일본
은행마다 길게 늘어선 교환행렬
첨단 위조 방지 기능 대폭 장착
기존 구권 지폐도 사용 가능해

신권 인식, 은행 ATM은 90%
자판기 등은 아직 20~30% 선


매일경제

새 지폐를 들어보이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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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현금 사용 빈도가 많은 일본에서 20년 만에 새로운 지폐가 등장했다. 지폐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뀌고 위조 방지 기능이 대거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3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도쿄 치요다구 본점에서 새 지폐 발행 기념식을 갖고 새 1만엔권과 5000엔권, 1000엔권의 유통을 시작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념식에서 “오늘 1조6000억엔의 새 일본은행권을 선보인다.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금은 앞으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1만엔권에는 일본 메이지 시대 경제 관료를 거쳐 여러 기업의 설립에 관여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년)의 초상화가 들어갔다. 일제 강점기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의 사장을 맡으며 경제 침탈에 앞장서고, 대한제국 시절 한반도에서 첫 근대적 지폐 발행을 주도하면서 본인 얼굴을 새기면서 한국에 치욕을 안긴 인물이다.

5000엔권에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1864∼1929년), 1000엔권에는 일본 근대 의학의 기초를 놓은 기타사토 시바사부로(1853∼1931년)의 초상이 각각 새겨졌다.

현재 통용되는 1만엔권에는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한 후쿠자와 유키치, 5000엔권에는 메이지 시대 여성 소설가인 히구치 이치요, 1000엔권에는 전염병 연구자인 노구치 히데요의 초상이 각각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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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새 지폐 발행식에 참석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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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의 자본주의, 여성의 활약, 과학기술 혁신을 대표하는 3명의 인물이 초상으로 등장했다”며 “새로운 시대에 결맞는 새로운 지폐가 일본 경제에 활력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새 지폐 발행과 관련해 궁금한 부분을 5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새 지폐를 발행한 배경이다. 가장 큰 것은 위조 방지다. 그동안 일본은 대략 20년 간격으로 새로운 지폐를 발행해왔다. 과거 1946년, 1963년, 1984년에 새로운 지폐가 발행됐고 현재 사용되는 지폐는 2004년에 처음 등장했다.

일본은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캐시리스가 상당히 진척됐지만 여전히 현금 사용 비중이 60%를 넘어설 정도로 높다. 이 때문에 주기적인 지폐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은 이번 새 지폐 발행을 계기로 캐시리스를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새로운 지폐에 담긴 첨단 기능이다. 이번 지폐에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최첨단 홀로그램 기술이 도입됐다.

지폐를 비스듬히 기울이면 화상이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기울이는 방법에 따라 초상의 얼굴이 좌우로 방향을 바뀌거나 액면 숫자의 색이 변하는 것이다.

또 초상의 배경에는 치밀한 선으로 구성된 무늬와 함께 ‘NIPPONGINKO(일본은행)’라는 영문도 새겨져 있다. 여기에 일본 지폐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등도 이용하기 쉽도록 액면 표기에서 한자보다 숫자를 크게 만든 유니버설 디자인을 채택했다.

세 번째 궁금증은 기존 화폐의 사용 여부다. 일본은행은 새로운 지폐를 발행하면서 기존 지폐는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존 지폐의 사용 종료 시한도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당분간은 구 지폐와 신 지폐가 함께 유통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구권은 사용할 수 없다” “구권은 은행에 맡길 수 없다” 등과 같은 금융사기 행위가 벌써 감지된다며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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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새 지폐 1만엔권에 적용된 위조 방지 기술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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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은행 ATM기기나 자판기 등에서의 사용 여부다.

일본은행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편의점 등의 ATM 기기는 90%가량이 새 지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형 편의점 체인과 슈퍼마켓 등에서도 80~90%가량의 기기에서 새 지폐 사용이 가능하다. 지하철이나 철도 이용시에도 80~90%의 무인기기가 새 지폐를 인식한다.

문제는 식당과 자판기다. 일본은 입구 자판기에서 음식 티켓을 사서 입장하는 식당이 많다. 이들 자판기의 경우 아직 새 지폐 인식 비율이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식당 주인이 대당 60만엔이 드는 업그레이드 대신 신권을 구권과 바꿔주는 방식으로 자판기를 이용하도록 하거나, 이 기회에 아예 캐시리스로 전환하는 쪽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국에 있는 221만대의 자판기의 경우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곳이 20~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일본은행이 발행한 새로운 500엔 동전을 인식하는 자판기가 아직 20~30%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이들 자판기에서 새로운 지폐를 쓰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새 지폐 발행에 따른 예상 경제 효과다. 일본 경제연구기관들은 기기 교체 비용 등으로 약 1조6000억엔의 경제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집에 두고 있는 고령층의 단스예금(장롱예금)이 세상으로 나와 햇빛을 보기를 바라고 있다. 새 지폐 교환을 위해 구 지폐를 갖고 나와 소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120조엔의 지폐를 발행했지만 이 가운데 절반인 60조엔가량이 단스예금으로 집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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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ATM 기기에서 새 지폐를 뽑아든 시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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