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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베일 벗은 '역동경제'... 윤 정부 2년 4개월 만 청사진, 연속성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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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정책방향]
2035년 중장기 '역동경제 로드맵'
혁신생태계·공정기회·사회이동성
양질 일자리 확대… 법인세 혜택
야당 동의, 정책 연속성은 미지수
한국일보

역동경제 로드맵 개요. 시각물=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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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동경제 로드맵'이 베일을 벗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역동경제를 주창한 지 8개월 만이다. 2035년까지 '역동경제로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을 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여소야대 지형에서 윤석열 정부가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데다, 중장기 계획인 만큼 향후 정부에서도 정책 연속성이 이어질지엔 의문이 제기된다.

최 부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내재된 역동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제도·정책이 설계된 경제"라고 역동경제 의미를 설명하며, ①혁신생태계 강화 ②공정한 기회 보장 ③사회이동성 개선을 3대 축으로 10대 과제와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양질 일자리 34년까지 506만→800만 개

한국일보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에서 26일 열린 2024 강서구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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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생태계를 강화해 생산성 높은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벤처기업 수는 현재 4만 개에서 2035년까지 5만 개 이상으로 늘린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은 32.7% 수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0%)까지 끌어올리고, 506만 개인 중견·대기업 일자리 수는 800만 개 이상으로 만든다.

우선 꺼내 든 건 기업 활력 제고다. 올해 하반기 출자 규제 개선, 벤처펀드 규모 확대 등 '벤처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바이오 3대 핵심기술 투자를 확대한다. 중소기업 세제 혜택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대기업 지정 시 지원 축소·규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연구용역도 추진한다.

배당증가분 5% 공제... "또 법인세 감세" 우려

한국일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감세중독 빠진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인하와 종부세 폐지 등 초부자감세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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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속세 개편과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한 구체적 세제 지원 방안도 내놨다. 올해 하반기부터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 금액을 직전 3년 대비 5%를 초과해 늘린 기업은, 해당 5% 초과분의 5%를 법인세 세액에서 공제해 준다. 밸류업 기업에서 배당을 받은 개인주주도 늘어난 금액에 한해 현 14%에서 9%로 저율 분리과세를 해 준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1,000억 원을 배당해 온 A회사가 내년 1,200억 원으로 배당을 20% 늘리면, 5% 초과 증가금인 150억 원의 5%(7억5,000만 원)를 법인세에서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1,000만 원을 배당받던 A회사 주주도 1,200만 원으로 배당금이 늘었다면 증가분 200만 원은 14%가 아닌 9% 세율을 적용받는다. 금융소득종합과세자도 배당 증가분은 최대 45%를 25%로 낮춰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56조 원 규모 역대급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가장 큰 원인이 법인세수 부족이란 점에서 감세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법인세 세금감면액은 2020년 2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10조4,000억 원으로 3.8배 늘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정책 효과는 의문인 반면, 세수 감소는 명확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대

한국일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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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정당한 보상 체계를 구축, 세대 내·세대 간 이동 기회를 확대하는 게 다른 두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활동참가율은 71.1%에서 OECD 평균(73.7%)까지 높인다. 노인빈곤율은 40.4%에서 20% 이하로, 상대적 빈곤율은 14.9%에서 OECD 평균(11.3%)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2027년까지 200개 공공기관(현재 109개)에 직무급 도입을 확대, 민간기업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을 지원하고 평가·인증체계를 구축한다. 취업애로청년 노동시장 유입 촉진을 위한 '2차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 중년·고령자를 위한 '계속고용 로드맵' '중장년 전직 및 재취업 활성화 방안'도 올해 내 공개한다.

여성 사회활동 참여 확대 차원에서 외국인 가사돌봄 시범사업을 하반기 운영, 내년부터 돌봄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할 요량이다. 육아휴직급여 상향(150만→250만 원),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 확대 등 기반도 마련한다.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0~5세 무상교육, 늘봄학교 지원 대상 모든 초등학생으로 확대 등도 추진한다.

뚜렷한 경제 철학과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윤석열 정부가 출범 2년 4개월 만에 내놓은 종합대책이나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의 실현 가능성, 임기 후 연속성에 의구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향점을 보여줬다는 의의는 있으나, 실행을 위한 정책이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 동의를 받을 수 있어야 의미와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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