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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면 청춘" vs "면허 반납을"…불붙은 '고령운전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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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일 오후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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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 직후 가해자가 68세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령 운전자 면허 규제 논란에 또 불이 붙었다.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벌어진 논쟁을 두고 세대갈등이나 노인혐오 같은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 소셜미디어(SNS)에선 자신을 현직 버스 기사라고 밝힌 A씨의 글이 화제가 됐다. A씨는 “경력 많은 베테랑 기사들도 어르신 되면 페달 착각 사고가 발생하고, 버스 기사를 오래 했어도 역주행한다”며 “버스 브레이크 페달이 (가해 차량인) G80 액셀 페달과 비슷하게 생겨서 운전자가 착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68세인 운전자가 판단력이 떨어져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이 글은 작성한 지 3시간 만에 1700개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댓글엔 “70세 넘으면 운전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왜 급발진 같은 사고는 노인한테서만 자주 발생하는 걸까”, “저걸 착각할 정도면 운전대 놓으셔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달렸다.

지난 2일 사망한 서울시청 공무원 두 명의 빈소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도 불을 붙였다. 오 시장은 이날 윤모(31)씨가 안치된 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고령자와 초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에 있어서 어떤 보완 장치가 필요한지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 청사운영팀장 김모(52)씨 빈소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도 “고령자·초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내지는 조건부 면허 발급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고 직후 운전자의 나이와 고령 운전자 자격 논란을 연관 시킨 일부 언론 보도도 나왔다. 기사엔 고령 운전자의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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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이틀 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 및 추모글 등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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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행 고령 기준이 백세시대가 도래한 현시점에 맞지 않는다는 반박도 나온다. 도로교통법은 고령 운전자의 기준 나이를 만 65세로 규정한다. 고령 운전자 사고 통계와 정책 등도 만 65세를 기준으로 한다. 서울에 사는 B씨(73)는 “70대인 나도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주 2회씩 테니스 하러 둘레길도 다니는데 체력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68세면 청춘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김모(66)씨는 “주중엔 장사하다가 주말이면 친구들이랑 차를 몰고 근교에 있는 사찰로 놀러 다닌다”며 “오히려 안 나가고 집에서 쉬면 좀이 쑤신다”고 말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나이가 들면 인지·판단 능력이 젊었을 때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요즘 같은 백세시대의 65세를 단순히 노인으로 분류할 수 없다”며 “현실성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기준 연령을 70세나 75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65세 라는 기준은 약 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60대 이상 인구가 많아 간극이 메워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경찰 수사가 본격 시작하기도 전에 사고 원인을 운전자 나이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사회 갈등만 공연히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이와 관련해 가해자에게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 다른 고령자 전체로까지 확산해 노인 혐오가 재생산되고있다”고 말했다. 설 교수도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 없는 성급한 논의는 노인층 반발만 부르는 구멍 난 정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운전자 개개인의 신체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교통안전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환기 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는 “현재 7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3년마다 적성 검사와 안전 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은 없어 고위험 운전자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돌발상황 대처 능력이나 인지·판단 능력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람·김서원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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