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형사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검찰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 수사 등을 놓고 한때 제기됐던 검찰 내부 갈등설이 무색할 만큼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요지와 질의응답을 정리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렸다. 이 게시글은 3일까지 현직 검사장 등을 포함해 총 60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유철 수원지검장도 직접 댓글을 달았다.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재판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이 지검장은 "우리나라 법치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 몰랐다"며 "실무를 모르는 정치인들의 실질 없는 맹탕 제도 개악으로 인해 매일 검사실에서 기록 더미에 묻혀 씨름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을 반드시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앞서 대검이 '쿠팡 랭킹 조작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대신 서울동부지검에 배당한 것을 두고 이 총장과 이 지검장 간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이 이번 댓글로 이 총장의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면서 검찰 조직은 하나로 통합되는 분위기다. 이 총장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갈등설'을 묻는 질의에 "(보도가 나오고) 서로 웃고 말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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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맡아온 김 지검장 역시 민주당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혀주신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부패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 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입법 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수사로부터 한발 떨어져 있는 고위급 검사들도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 전 대표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나를 탄핵하라"고 했다. 이진동 대구고검장은 "본 탄핵이 헌법에 반하고 불법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폭거로 어려움에 처한 검사님들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적었고, 박기동 대구지검장은 "억지 탄핵으로 아무리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 모두 함께 총장님을 중심으로 법치 파괴에 단호히 맞서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때"라고 적었다. 고위급 검사뿐만 아니라 일반 평검사들도 게시글을 직접 적으면서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다.
퇴직 검사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도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탄핵안을 "파렴치한 검찰 말살, 검사 겁박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번 탄핵소추로 검찰 조직은 하나로 뭉치는 분위기다. 정치적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데 검찰 구성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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