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과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해 운전자 차 모씨(68)는 사고 전날 15시간 넘게 장시간 버스 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버스회사 촉탁직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이른 새벽부터 심야까지 12~16시간을 운전하고 다음 날 쉬는 격일제 근무를 했다. 차씨처럼 전국 버스 운전기사들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 급발진이 아닌 인재(人災)라면 이러한 사고가 언제든 또 날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인력난에 시달리던 회사의 마을버스가 지난 3월 대형 사고를 간신히 모면한 바 있다.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부근에서 마을버스 한 대가 전신주를 들이받고 왕십리역 광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마을버스 운전기사 A씨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광장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큰 인명 사고로 번질 뻔했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장은 "버스 운전기사는 젊은 층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군이라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으로 높은 편"이라며 "격일제로 새벽부터 하루 종일 운전하면 젊은 사람도 피로가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3일 공식 브리핑에서 차씨 부부 싸움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이 사고 당일 가해 차량 블랙박스 음성을 공개하지 않자 다음 날 온라인을 중심으로 차씨 부부가 다투다 대형 참사가 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차씨 부부는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일 참고인 조사에서 동승자였던 차씨 아내는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한편 '시청 역주행 사고' 이틀 만인 3일 또다시 고령 운전자가 운행하는 자동차가 시민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5분께 서울 중구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택시가 돌진했다. 택시는 서 있던 시민을 치고 구급차와 응급실 주변에 있던 차량 3~4대를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인해 1명은 중상, 2명은 경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사고 직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돌진한 택시운전자 A씨는 60대 후반 남성으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차가 '급발진'했다고 주장했다. 음주측정 결과 A씨는 술을 마신 상태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권선미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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