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단독] “틀어막으면 이익 보는 사람이 범인?”...규제법안 쏟아낸 국회의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규제개혁 대표 제도 규제샌드박스
최근 5년 승인 건 중 80% 이상 미비
스타트업 “사업확장 안돼 문 닫을 판”

여소야대 정국에 국회 기능 마비
첨단산업 성장동력 막을 법만 늘어


매일경제

타운카, ‘아파트 기반 P2P 차량공유 서비스’ 이미지. [사진 = 한국타이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량 공유 중개플랫폼 타운카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회원들의 차량을 반경 6km 이내에 사는 이웃들에게 대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 산업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시작했다. 현행법은 개인 차량을 유상으로 빌려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실증 조건들로 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증조건의 완화나 관련 법령 정비가 되어야 온전한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타운카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제약 조건이 많다”며 “기술 개발과 인력 채용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 사업에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규제혁신 기조에도 불구하고 규제샌드박스를 비롯한 주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22대 국회가 출범 한 달 만에 300건에 달하는 규제 법안을 쏟아내면서 신산업은 물론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가로막는 ‘규제 공화국’의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

산업통상자원부 [사진 = 연합뉴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5년간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건수는 517건이지만 법령 정비까지 완료된 경우는 90건에 불과해 80%이상이 발목이 잡혔다.

2017년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 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이를 통해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받은 기업들은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후 법령 정비가 이뤄지면 규제샌드박스 신청 기업 뿐 아니라 신청하지 않은 동일·유사업종 기업도 해당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하며 법령 정비가 늦어지면서 사업을 접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자금 조달이 특히 어렵다”며 “사업개시 허가를 받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고 법령 정비는 밀려 결국 사업 자체를 접었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창업 7년 미만 스타트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4.3%가 규제로 인해 애로를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 기업의 37.7%는 한국의 스타트업 규제 수준이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최근 가장 큰 경영상 애로에 대해서는 44.7%가 ‘신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률·제도’를 꼽았다.

매일경제

국회는 규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좋은규제시민포럼에 따르면 22대 국회는 개원 후 한달간 규제 법안 283건을 발의했다. 지난 21대 국회 출범 한 달 동안 발의된 규제 법안 153건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지형이 이어지면서 야당발 반기업 규제 법안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좋은 규제’의 통과 가능성도 정쟁으로 인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매일경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AI 관련 기술을 활용해 직원을 채용할 경우 구직자에게 AI의 평가 방식이나 알고리즘의 작동 방법을 미리 알리도록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인근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들 법안은 도입 취지는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규제 절차가 추가되고 진입규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영업비밀을 유출하고 주민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는 나쁜 규제”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가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규제 법안도 수두룩하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안전운임제를 상시 도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가맹점주단체에 단체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22대 국회 개원 한 달 만에 6건이 재발의됐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오히려 독소조항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노조법 개정안은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이는 기존의 노조법 항목을 삭제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산업 현장에 상시 파업을 조장할 악법”이라며 “노동계의 하투 강행으로 제조업 분야의 성장동력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별 가맹점주가 개인 사업자인 만큼 일반 기업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단체교섭권을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