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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중앙 그룹' 이동한 유럽 극우 정당들… 파시즘·나치 뿌리에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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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리 "파시즘 옹호 땐 출당 조치"
'외연 확장' 막는 정당 청년당원에 경고장
프랑스 극우 RN도 '나치 끌어안기' 딜레마
한국일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달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팔을 턱에 괸 채 앉아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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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대약진 중인 극우 정당들이 '파시즘 잔재'와의 결별에 애를 먹고 있다. 중앙 정치 무대에 진입한 당 지도부는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하는 반면, 당 저변에는 극단주의 이념이 계속 잔존한 결과다. 유럽의회 정치그룹(교섭단체) 구성 과정에서도 정당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파시즘,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


내홍이 수면 위로 표출된 대표적 극우 정당은 이탈리아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Fdl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자들을 출당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고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Fdl 청년 당원들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며 나왔다.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를 옹호하는 행태에 이탈리아 야당뿐 아니라 유럽의회에서도 경악 및 규탄이 쏟아졌고, 급기야 멜로니 총리가 '탈당 카드'까지 꺼내 들어 진화에 나선 셈이다. 멜로니 총리는 서한에서 "이탈리아 우파는 파시즘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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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네오 파시스트 청년 단체가 지난 1월 7일 수도 로마의 한 지역에서 베니토 무솔리니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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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대로 '당내 파시즘 옹호' 목소리를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NYT는 "Fdl 내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어두운 과거'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다"며 "2022년 10월 취임 후 현대적·실용적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멜로니 총리로선 큰 타격"이라고 짚었다.

RN, 나치와 결별하려다 유럽의회 영향력 잃을 판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5월 당이 소속된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서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퇴출시킨 탓이다.

계기는 당시 AfD 소속 한 유럽의회 의원이 했던 나치 준군사조직인 친위대(SS) 두둔 발언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자국 내에서 외연 확장에 주력하던 RN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RN은 "함께할 수 없다"며 AfD 제명 조치를 주도했고, RN은 지난달 30일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33%로 1위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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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사실상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이 지난 1일 파리 RN 당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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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강경 극우 정당들은 AfD 퇴출에 거세게 반대했다. 특히 오스트리아 자유당(FPOe)은 지난달 아예 ID에서 탈퇴했다. 같은 달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58석을 확보, 5위에 오른 ID에 작지 않은 타격이었다. 6석을 얻었던 FPOe의 이탈로 ID는 녹색당동맹(54석)에 뒤처지게 됐다.

게다가 FPOe가 이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정당(피데스) 등과 함께 새 정치그룹 '유럽을위한애국자(PE)'를 구성한 것도 RN에는 위협이다. PE가 AfD를 비롯, 유럽의회 내 강경 극우 세력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RN으로선 AfD와 선을 긋다가, '극우의 맹주' 자리를 헝가리 피데스에 빼앗길 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ID 관계자를 인용해 "실질적으로 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이 ID를 버리고 PE에 가입할 가능성도 논의되는 중"이라며 "이 경우 오르반 총리에게는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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