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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나를 탄핵하라"… 민주 '검사 탄핵'에 검사장 등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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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野 검사 탄핵’ 반발 확산

검사 200여명 내부망에 비판글

민주당 탄핵소추안 강력 규탄

이창수·김유철 등 검사장들 성토

대검, 野 탄핵 사유 조목조목 반박

野 발의안 오류·추측성 기재 발견

박상용 검사 “대변 루머 허위사실”

법조계도 탄핵 남발 우려 목소리

“정치권 탄핵안 발의 개탄스러워”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 “야만적 사태” “도둑이 경찰 때려잡겠다는 것”이라는 강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 당사자와 변호인들이 자신을 수사한 검사를 탄핵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형사사법제도의 근본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는 민주당의 탄핵안을 규탄하는 검사들의 글이 이어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 요지 등을 정리한 게시글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검사 200여명의 댓글이 달렸다.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반발이 검찰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세계일보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제출에 따른 입장 발표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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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등 수사와 공소유지를 지휘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잡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 몰랐다”고 썼다. 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을 맡아 온 김유철 수원지검장도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옛 사위의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도둑이 경찰 때려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는 입법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5월까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나를 탄핵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대상이 된 김영철 차장검사가 소속된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들은 단체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사법제도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퇴직 검사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탄핵소추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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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이날 공식 자료를 내고 민주당이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 4명에 대해 제기한 탄핵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검은 강 차장검사가 직접 수사개시 범위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했다는 사유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친 법원의 영장 심사,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 등을 통해 수사 개시·진행의 적법성이 이미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의 국정농단 사건 증인 회유 의혹에 대해서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사건 관계인(장시호)이 ‘과시를 위해 거짓을 지어냈고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스스로 허위임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박 검사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선 “이미 사실무근임이 밝혀졌고 법원도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반박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을 직접 수사한 엄 지청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 의혹에 대해선 “지난 정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재소자의 모해위증 혐의를 다시 검토했으나, 역시 불입건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해당 사건 뇌물 공여자도 위증죄가 확정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 발의안에는 일부 오류와 추측성 기재도 발견된다. 강 검사의 탄핵안에는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당시 발언자는 강 검사가 아닌 다른 간부급 검사였다. 2019년 1월 울산지검 검사들이 청사 내에서 회식하던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곳곳에 대변을 발랐다는 의혹까지 탄핵 사유가 됐다. 민주당은 당사자로 박 검사를 지목했으나 박 검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탄핵소추 사실이 지나치게 모호하면 헌재가 본안 판단 없이 심리를 종결하는 각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정치권의 탄핵소추 남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탄핵은 이렇게 남발하라고 헌법에 규정된 제도가 아니다. 정치권이 탄핵안 발의를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개탄스럽다”면서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의회 구성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집중된 기간 내에 탄핵안 발의가 남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본질적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 위반을 따지는 재판소가 아니다“면서 “범죄의 확정은 형사재판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형사재판을 열기도 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는 건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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