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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민주당 검사 탄핵의 ‘속내’ 의심받는 이유 [7월4일 뉴스뷰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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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일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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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7.4) 아침신문 1면에는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폐지” 등이 포함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5곳) △채 상병 특검법 국회 상정(4곳) △검사 탄핵에 검찰 반발(3곳) △후임 금융위원장, 방통위원장, 환경부 장관 내정(2곳) 등이 주요 기사로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검사 탄핵



② 시선, 클릭!
- 우후죽순 맨발길 조성 논란



③ Now and Then : 녹슬은 기찻길(나훈아, 1972)





① 차이의 발견





# 검사 탄핵



1. 검사 탄핵 내용 뭔가?



-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입니다.



- 민주당이 적시한 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강백신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함에 있어 명예훼손죄는 검찰청법상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없는 범죄인데도 이를 직접 수사하고, 그 과정에서 언론사들과 이를 보도한 기자들을 압수수색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하였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 진행 도중 언론에 유죄의 예단을 불러일으키는 피의사실을 공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불법 압수수색, 피의사실을 공표"



​ 2) 김영철 : "증인 장시호에게 수사상 지득한 기밀로서 이재용에게 불리한 질문과 답변이 담긴 서면을 교부하면서 이를 외워서 증언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모해위증 교사 및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 및 김건희 여사 ‘봐주기 수사’ 의혹"



​ 3) 박상용 : "야당 대표의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구속 수감되어 궁박한 처지에 있던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허위 진술할 것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수차례 회유하고 강제함으로써 직권남용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를 자행." 이와 함께 "2019년 1월 울산지검 근무 당시 청사내 회식 도중 울산지검 청사 대기실과 화장실 세면대 등에 대변을 바르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용물 손상죄를 범했음”



​ 4) 엄희준 : "정치적 중립을 저버리고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모해할 목적으로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하는 등 심각한 불법행위를 자행"



- 이들에 대한 탄핵안은 2일(화)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법사위는 탄핵안에 대한 합법·적절성 등을 조사해 다시 본회의 안건으로 회부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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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혐의 내용 사실인가?



1) 강백신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입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021년 9월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만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주무과장이던 윤 대통령이 조우형씨를 직접 면담하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신 전 위원장은 이 대화를 녹음해 대선 직전 뉴스타파에 건넸고,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보도한 내용을 수사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뉴스타파, 뉴스버스, jtbc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에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검찰 수사 범위를 넘어섰다는 취지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의 자택은 물론 언론사 등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 등은 문제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또 당시 수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휴대전화 정보까지 통째로 대검 디지털수사망에 저장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2) 김영철 : 민주당은 “통상적인 검사와 피고인 사이와는 달리 특별한 관계”라며 김 차장검사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돼 근무할 당시 피의자였던 최은순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적으로 만나, 검찰 구형량을 알려주고 진술을 외우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이는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내용입니다. 이를 해당 매체에 제보한 인물은 장씨의 지인입니다. 김 차장검사는 “사실무근”이라며 기사를 쓴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장씨는 지난달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이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와 함께 코바나컨텐츠 관련 의혹으로 입건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직무를 유기했다는 내용도 탄핵 사유로 포함됐습니다. 김 검사는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사건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뇌물성 전세권 설정 사건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사건 등에서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3) 박상용 : ‘대변’ 관련 내용은 지난 6월14일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박 검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 회유 의혹은 아직 사실관계가 완전히 규명되진 않은 상태입니다.



4) 엄희준 :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재판에서 허위로 증언하도록 관련 재소자들을 회유했다는 이유로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수사받은 바 있습니다. 2020년 말~2021년 초 이 의혹이 떠오르자 대검 감찰부 소속 임은정 검사에 의해 조사 및 수사가 진행됐지만 윤석열 총장 및 검찰 쪽이 이를 무마해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당시 불기소됐고 감찰에서도 불문 처분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3. 민주당 비판받는 이유



- 민주당의 검사 4명 탄핵안 소추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1) 모두 이재명 수사검사



- 대장동·백현동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사들입니다.



- 탄핵 사유는 이재명 전 대표 피의사실 공표, 이화영 전 부지사 회유 의혹 등이 일부 포함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재명 전 대표 수사’와 무관한 부분들입니다. 그러나 탄핵 대상에 오른 4명 모두 ‘이재명 수사검사’라는 점은 이 탄핵이 ‘이재명 방어용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게 합니다.





2) 혐의 사실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 ‘사실이라면’ 심각한 상황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혐의 사실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거나, 해당 검사가 부인하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들이 많습니다. 검사 탄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판단을 받게 돼 있는데, 이처럼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경우에는 탄핵을 인정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탄핵소추안 전 단계로 검찰의 감찰, 공수처 수사 등이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을 건너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탄핵소추가 ‘이재명 수사 시간끌기용’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어떤 의도를 가졌느냐 하는 점과 무관하게, ‘이재명 수사검사’가 70여명에 이르므로, 이들 4명의 탄핵이 수사 지연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3) 압박용 아닌가라는 의심



- 민주당은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보고한 뒤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법사위에 탄핵소추된 검사들을 불러 질의하면서 법사위에서 탄핵 적법성을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사위에는 이재명 전 대표 수사 사건의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재명 수사 부분이 나올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검사를 심문하는 형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그래서 나옵니다. ‘수사검사 압박용 아니냐’는 반발이 그렇게 나옵니다.





4) 지난번 검사 탄핵(3명)과 다르다



- 결론적으로, 이번 사안에서 민주당이 일반적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겉으로 내세우는 탄핵 이유와 실제 이유가 다른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 때문입니다.



-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한 보복 기소 의혹을 이유로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지난해 9월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헌정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소추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습니다. 직권남용 행위를 인정했지만, 공직에서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헌재는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에는 각각 ‘고발 사주’ 의혹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사유로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처리해 현재 헌재에서 심판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 이들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당시에도 국민의힘, 검찰, 보수언론 등에서 거세게 비판했으나, 일반여론이 지금과는 좀 달랐습니다. 지금 거론된 4명에 비해 피의사실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났고, 또 그 내용도 일반국민들이 용납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했고, 또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검찰권력 제어’ 성격이 짙었을 뿐, ‘이재명 수사 압박용’이라고 보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의 검사 4명 탄핵소추는 그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4. 검찰



1) 탄핵권은 고유 권한



-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성명을 발표하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전현직 검사들이 100여명이 이원석 검찰총장 입장문에 댓글을 다는 등 민주당 성토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 그러나 원론적으로 보면, 권력기관이 견제·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권력기관의 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그게 불가능할 때는 외부 견제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검찰권의 오남용과 비위 판검사 견제를 위해 탄핵소추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지금까지 우리는 검사 탄핵제도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검찰을 감시·견제하는 건 사실상 검찰 자신밖에 없었습니다. 공수처가 설립되긴 했으나, 여전히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엔 역부족입니다. 결국 현재로선 유일한 견제기관은 국회뿐입니다.



- 헌법의 탄핵소추권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수행하도록 만들어놓은 안전판입니다.





2) 감찰 등 명확하게 규명해야



- 미국 법무부 감찰관실은 비위 조사 결과를 의회에 직접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철저히 비위를 조사하고 엄중히 조처하되 이를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라는 의미입니다.



- 검찰의 비위 사실은 언론 등 외부로 공표되기 전에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감찰 내용도 잘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항들도 검찰이 스스로 먼저 감찰 등을 통해 규명했어야 될 부분들이 많다고 봅니다.





3) 검찰 중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



- 법무부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냈습니다. “검사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이원석 검찰총장은 입장문에서 도덕경의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를 인용하며 “검사를 탄핵한다고 해도 있는 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검찰은 국회 절대 다수당의 외압에 절대 굴하지 않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하늘의 그물’이라는 검찰이 윤석열·김건희 수사는 왜 그렇게 놓치는지, ‘국회 다수당 외압’에는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검찰이 왜 다른 쪽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 검찰은 이번 사안에 대해 ‘민주당 약점 잡았다’는 식으로, 여론의 지지를 기반으로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기보단, 이번 사안을 넘어서 검찰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성찰해 봤으면 합니다.



5. 맺음말



- 한 마디로 단순화 시키면, `총론은 옳되 각론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검찰에 대해 제어할 수 있어야 하고, 현재 검찰을 제어할 수 있는 기관은 국회 뿐입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문제있는 검사에 대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탄핵권을 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마치 `검사들은 치외법권'인 양, 또는 `정당한 수사를 위해선 검사를 억압해선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하지만 이 탄핵권은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탄핵권은 국민의 이득을 위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진행되어야지, 정파적 목적이라는 의심을 받는다면 오히려 이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오히려 검찰의 `기'를 살려주고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6. 언론보도(사설)



- 조선, 한국, 한겨레 사설입니다. 조금씩 초점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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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선, 클릭!





# 우후죽순 맨발길 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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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지난 2일 군이 해상에 이어 육상 접경지대 부근인 경기도와 강원도의 전방 사격장에서도 6년 만에 포병 실사격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6년 만입니다. 경기도에서 K9 자주포 90여발, 강원도에서 K-105A1 차륜형 자주포 40여 발 등 총 140발 가량이 발사됐습니다. 해당 사격장들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5㎞ 안입니다. 9·19 합의에서는 남북이 MDL 5㎞ 이내에서는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5월 말부터 대남 오물 풍선 살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했고, 이에 우리 정부가 지난달 4일 9·19 합의 모든 조항의 효력 정지를 선포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영토에서 훈련도 마음대로 못하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런 훈련을 했으니, 북한도 이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사격 훈련을 할 수 있고, 아니면 남쪽 핑계 대면서 오물 풍선 또 날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의 기싸움은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킬 뿐입니다.



오늘(7월4일)은 7·4 남북공동성명이 이뤄진 지 52년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7·4 남북공동성명은 극비리에 진행된데다, 1968년 무장공비들이 “박정희 목 따겠다”며 청와대 뒷산을 넘어오는 등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던 시기에 이뤄졌기에 당시 국민들이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통일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남북 화해무드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애초 남북 모두 통일 논의를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접근했고, 실제로 ‘10월 유신’(1972년 10월17일)과 북한의 ‘사회주의헌법 채택’(1972년 12월) 등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더라도, 그 방향이 차라리 7·4 남북공동성명처럼 ‘화해 무드’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후 ‘남북 긴장고조’를 수단으로 삼았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오늘 노래는 나훈아의 ‘녹슬은 기찻길’(1972)입니다. 당시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8월 말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렸습니다. 판문점에서 예비회담이 열렸고, 기자들이 이를 취재했습니다. 당시 기자단 중 한 명인 김관현 한국일보 기자가 판문점으로 향하던 중 문산읍에 있는 ‘철도중단점-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글귀를 보고선, 뭉클한 마음에 이산가족의 아픔을 담은 단상을 메모했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양희은이 노래하던 서울 명동 오비스캐빈 술집에서 ‘검은 고양이 네로’ 등을 작곡한 홍현걸 작곡가와 만나 이야기하던 중, “노래를 만들자”고 해 김 기자 작사, 홍현걸 작곡의 노래가 이틀만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시 이미 최정상급 가수였던 25살의 나훈아가 취입했고, 큰 히트를 쳤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산가족들이 많아 이 노래를 들으며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도 생전에 강연에서 이 노래를 가끔 부르곤 했습니다. 1979년 11월 YW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투옥돼 신군부 계엄사령부의 모진 고문을 받던 중, 밥 갖다주던 아이가 “아저씨 불쌍하다”며 이 노래를 불러줬는데, 온갖 고문에도 끄떡없던 백 선생이 이 노래에는 그렇게 눈물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가사를 들으면, 이해가 됩니다. 백기완 선생도 황해도 은율이 고향인 이산가족으로, 한평생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큰형, 누나를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나 전쟁이 일어나면 수많은 개별적 비극이 일어납니다만, 아무 죄없는 그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분단으로 가족이 갈라지고 온갖 고초를 다 겪어야 했습니다. 그 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있는데, 이제 또다른 비극을 잇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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