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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임 앞두고서야 조태열 장관 첫 공식 면담한 싱하이밍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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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임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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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했다. 이임 소감과 일명 ‘베팅 발언’을 후회하는지, 한중관계를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한 입장이 뭔지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30분쯤 이어진 조태열 장관과의 만남이 끝난 뒤, 로비로 내려온 싱 대사는 그제서야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그는 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중한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고 또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중한관계의 가일층 발전을 기대한다”고 했다. 후회되는 점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잘했던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양국 관계 잘 발전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며 “한국분들도 많이 도와줬고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고 영원히 그 정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던 2020년 1월 한국에 부임한 싱 대사는 오는 10일께 한국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가 귀국하면 팡쿤 주한중국대사관 공사가 한동안 대사대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싱 대사는 약 20년간 한반도 관련 업무를 해왔고,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내 인맥도 풍부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진 뒤로는 한국 정부 인사와 공식 접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인사들은 그동안 싱 대사와의 만남을 피해왔다. 이날 조태열 외교장관은 싱 대사가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야 그를 공식적으로 면담했다.



싱 대사의 갑작스런 이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얼마 전까지도 싱 대사가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대사로 근무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갑작스럽게 이임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그 배경으로 한국이 외교안보대화 등을 통해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싱 대사 교체를 요구했다는 설도 돌았다. 하지만,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국내 외교부 내의 인사 정책 변화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중국 내에서 반부패와 충성을 강조하는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외교부 내에서도 ‘파벌’ 경계가 강조되고 있다. 장기간 연속으로 대사직을 맡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싱 대사의 후임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통’인 슝보 주베트남 주재 중국대사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중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반도 라인’ 가운데서는 천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 천사오춘 아주사 부사장(아시아국 부국장) 등도 거론되지만, 천하이 대사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당시 한국 기업인들에게 ‘소국이 대국에게 대항해서 되겠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천샤오춘은 부국장급으로 급이 너무 낮다. 최근 중국 외교부 내에서는 해당 지역 언어를 못하거나 근무 경험이 없는 인물을 대사로 보내는 경향이 있다.



싱하이밍 대사가 ‘베팅 발언’으로 한국 내에서 기피 인물이 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친구인 정재호 대사가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중국 당국자들과 외교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은 한중관계 악화의 상징적 모습이었다. 싱 대사가 이임하게 되면서, 한국도 정재호 대사를 교체해 모처럼 만들어진 한중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살려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정재호 대사 교체설은 그가 갑질로 고발을 당한 것을 비롯해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계속 나왔고, 후임자 후보들도 여럿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 대사는 올해 말까지 계속 대사로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들도 정 대사 교체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북-러 밀착과 북핵 악화, 미국 대선을 앞둔 국제정세 불안정 속에 한중관계 개선과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에, 정 대사와 윤 대통령의 특수 관계 때문에, 한국은 주중대사 교체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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