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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한라산 백록담 표지석 한 개 더 안되나요”… 정상 표지석 인증샷 대기만 한 시간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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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표지 2개 더 있지만…표지석 사진 없어도 등정인정서 발급

한라산 탐방객 매년 늘어…올 5월까지 42만명

한라산 정상 백록담 인증샷을 담기 위해 한 시간가량 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4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한라산 정상 화구호 백록담 동쪽 능선에 있는 자연석 표지석 앞에서 매일 기념 촬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일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표지석 인증샷을 담기 위해 탐방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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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목전에 둔 속칭 ‘죽음의 계단’은 백록담 표지석 인증샷을 담으려는 등산객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백록담’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에 몰리면서 긴 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증샷을 담기 위해 길게는 한 시간 동안 줄 서서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기껏 정상에 올랐지만 하염없이 긴 줄로 기념 촬영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등산객들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연신 사진 촬영을 재촉하며 ‘다른 나무 표지도 있다’면서 기념 촬영 대기 줄을 분산하도록 하는 안내방송까지 하고 있다.

하산 시간이 다가오면 탐방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쉽상이다.

탐방객 김모(41·서울)씨는 “한라산 정상의 장관을 즐기는 여유를 찾기보다는 너도나도 백록담 표지석 인증샷을 담기 위해 한 시간 가까이 줄 서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라며 “20∼30분 줄을 섰다가 하산 시간이 다가와 포기했다”고 말했다.

백록담 표지석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세계일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표지석 인증샷을 담기 위해 탐방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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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측은 더 세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에는 자연석 표지석 외에 ‘한라산동능정상’, ‘명승 제90호 한라산 백록담’이라고 새겨진 두 개의 나무 표지도 있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자연석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려하고 다른 표지로는 좀처럼 이동하지 않는 실정이다.

관리소 측은 정상 등반객이 반드시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정상 사진을 첨부하면 정상등정 인증서를 발급한다고 설명했다.

백록담 등정 당일 촬영한 사진을 인증하고, 발급 수수료를 결제하면 하산 후 무인발급기에서 인증서를 출력할 수 있다.

이 자연석 표지석은 2007∼2008년쯤 한라산 동쪽 능선 정상에 세워졌다.

글씨는 자운 김경미 선생의 작품으로 어리목 입구에 있는 ‘한라산’ 비석도 그가 쓴 글씨다.

사실 현재 성판악이나 관음사 탐방로를 통해 오를 수 있는 자연석 표지석의 위치는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아니다.

한라산 최고 높은 곳은 서북벽 정상이다.

그런데 서북벽 탐방로가 많은 탐방객으로 훼손되면서 1996년부터 탐방로가 폐쇄됐고 이후 다른 탐방로로 정상에 오르게 돼 실제 최고 높은 위치인 서북벽 정상에는 사실상 갈 수 없게 됐다.

자연스럽게 서북벽 정상의 표지석과 개방비는 없어졌고 2000년대 들어 정상 표지석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자연석 표지석을 세웠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 하루 탐방 인원은 1500명으로 제한한다.

2020년 2월부터 시범 운영한 한라산 탐방 예약제는 한라산국립공원의 자연 생태계 보호와 등반객 안전 확보를 위해 2021년 1월 4일부터 정상탐방구간 인원을 하루 총 1500명(성판악 코스 1000명, 관음사 코스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탐방 예약제에도 한라산국립공원 탐방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5월 탐방객은 42만49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만833명)과 비슷하다.

연도별로는 2020년 69만9117명, 2021년 65만2706명, 2022년 85만744명, 2023년 92만368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사진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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