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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위험물질 처리 못하는 영풍, ‘황산 취급’ 신규 소송… 고려아연 “타사 유독물질 취급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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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영풍-고려아연’ 황산 취급대행 종료

영풍,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소송 제기

고려아연 “협의 중인 상황에서 소송부터 제기”

“최대주주 지위로 유독물질 맡으라고 압박”

“시설 노후화·안전 규제 강화로 취급 부담 가중”

“다른 대안 검토 없이 비용·위험부담 전가”

동아일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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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마찰을 빚어온 ㈜영풍과 고려아연이 새로운 소송전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경쟁을 이어온 두 기업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다. 주총에서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안과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하면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고 주총 이후에는 영풍이 지난해 고려아연이 단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동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본사를 이전하기로 했고 제련사업 분야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원료 공동구매와 영업, 위험물질 취급대행 등 제련사업 관련 협력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정하고 두 기업 제련소 생산 제품의 수출과 판매를 담당해 온 서린상사 경영권까지 확보했다. 고려아연과 사업적으로 갈라서게 되면서 영풍 입장에서는 제련소 운영이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여기에 알짜배기 기업인 서린상사 경영권까지 고려아연에 넘기게 되면서 심적인 타격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풍, ‘고려아연 계약 해지’ 공정거래법 위반 소송… “설비 구축에 7년 소요” 주장

이런 가운데 영풍이 제련소에서 배출되는 위험물질인 ‘황산’ 취급대행 계약 종료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황산 취급대행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동안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배출된 황산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탱크와 파이프를 유상으로 이용했다. 고려아연과 갈라서면서 대체 설비가 필요해진 상황. 하지만 해당 설비 구축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사안으로 당장 위험물질인 황산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영풍 측은 관련 자체 설비 구축에 7년가량 시간이 필요한데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려아연 측에 취급대행 계약 1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유예기간으로 3개월을 제시했고 이에 못마땅한 영풍은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거래 거절을 공정거래법 위반 근거로 삼아 이번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 “협상 의지 없이 소송부터 제기” 지적… 시설 노후화로 부담 가중

고려아연은 황산 취급대행 계약과 관련해 영풍 측 사정을 배려해 유예 기간 제공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고 3일 공식 입장을 통해 밝혔다. 특히 황산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영풍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협의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물론 사업에 대한 진정성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3개월간 영풍 측은 7년 이상이라는 유예기간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면서 협상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산 취급대행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시설 노후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었다.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 폐기와 위험, 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와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간 부족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계약상 사전 통지로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고 내부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범위 내에서 영풍이 계약 종료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지원할 방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 측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7년 이상이라는 비현실적인 유예기간을 요구했고 탱크 임대나 대체시설 마련 등 실질적인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고려아연은 지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협상 시도가 가능한 상황에서 제기한 소송으로 협상 상대방이자 오랜 동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는 조치”라며 “50년 넘게 제련소를 운영하면서 황산 저장시설을 갖추지 않은 점은 영풍 스스로 안전관리에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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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대안 있는데 비용 증가 이유로 위험부담 전가”

여기에 영풍은 단순히 비용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황산 취급을 대행하는 방법 외에 육상 운송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탱크터미널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러한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위험물질 운송과 저장에 따른 비용과 위험 부담을 고려아연에게만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풍은 동해항 황산탱크를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설이 필요한 상태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동해항 황산탱크 이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산 취급시설의 경우 고려아연도 전반적인 시설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온산제련소 내 황산 저장 시설이 노후화돼 안전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외부 기관 검사 결과 온산제련소 내 황산탱크는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철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2년간 온산제련소 내 총 5기의 황산탱크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노후화된 탱크는 부식이 심각해 황산 누출로 인한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한 환경오염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기업들의 안전사고로 위험물질 관리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황산 저장 공간도 부족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아연 생산량 증가와 니켈제련소 확장 등으로 보관·처리해야 하는 황산 양이 늘어나고 있어 고려아연도 사업장 안전을 위해 외부 전문 업체 위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위험물질 취급에 따른 사회적·법적 리스크와 함께 화안 수송 철도 노선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반대까지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 측은 객관적인 근거 요구에도 7년 이내에 대안이 마련되면 황산 관련 업무를 더 이상 위탁할 생각이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전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협상이나 논의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고 새로운 소송부터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협상 의지가 없는 영풍을 상대로도 배려 차원에서 제반 사정상 가능한 범위를 감안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제공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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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대주주 지위로 영풍이 위험물 취급 압박”

영풍이 주장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거부터 최대주주인 영풍이 부당하게 각종 위험물 처리와 부담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상식적으로 다른 기업의 위험물질을 취급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없다”며 “고려아연이 최대주주인 영풍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가진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고 했다. 아연생산업체는 황산 처리시스템 구축이 필수인데 오히려 영풍이 최대주주 지위를 활용해 고려아연이 위험물질 처리를 대신하도록 압박했다는 취지다.

영풍이 자체 황산 처리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국내 여러 항구에 자체 탱크를 설치할 수 있고 외부업체 탱크를 임차하는 방법도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고려아연이 황산 취급을 대행하지 않으면 주력 제품 자체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일단 여러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다시 한 번 고려아연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조 단위 매출을 내는 상장기업으로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은 영풍 측 경영방식에도 의구심이 든다”며 “소송으로 동업자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영풍의 황산 처리업무 때문에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경우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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