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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오디션 형태 정책 제안 ‘소통의 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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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북구, 제2회 성북 정책 오디션서 ‘취약계층 안부 확인’ 등 제안 선정

20~30년 경력 6급직, 사업 제안 참여

24건 중 8건 결선, 오디션 형태 발표

동료 70명·심사위원 5명 평가로 결정

중간 점검과 1년 뒤 결과로 ‘인사 특전’

“정책제안 창구로 제도 보완해갈 것”


한겨레

성북구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른 자치구의 우수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6급직을 대상으로 한 ‘성북 정책 오디션’ 결선 발표대회를 지난 5월27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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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이 발표자에게 사업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70명의 동료 직원이 발표를 듣고 평가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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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안부 확인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추진할 방법은 무엇일까?’

조연희 성북구 복지기획팀장은 올해 초부터 1인가구 대상 비대면 안부 확인 시스템 도입 방법을 고민했다. 성북구 복지 대상자 2명 중 1명은 1인가구다. 고령층, 중장년층 비중도 높다보니 고립과 고독사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조 팀장은 한정된 예산에서 효과적으로 고독사를 예방하면서, 고질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일선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늘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마포구·관악구 등 몇몇 자치구가 도입해 운영하는 ‘똑똑 안부 확인 서비스’를 알게 됐다. 별도 앱이나 기기 설치 없이 대상자의 유·무선 전화기에 일정 기간 수·발신 이력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력이 없으면 자동 안부콜을 2회 발송하고, 자동 안부콜에도 응답이 없으면 담당 공무원에게 알림이 통보돼 방문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시스템이 지자체 내부에 설치돼 개인정보와 모니터링 이력 관리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 팀장이 똑똑 안부 확인 서비스 도입방법을 고민하자, 지난 4월 복지기획과장은 ‘성북 정책 오디션’에 제안해볼 것을 권유했다. 처음엔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게 부담스러워 주저했지만, 조 팀장은 취약계층에 유용한 시스템을 더 많이 알려 추진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용기 내 참여했다.

성북 정책 오디션은 지역 실정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른 자치구의 우수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서울 자치구 대부분이 정책제안 제도를 운영하지만, 오디션 형태로 진행하는 곳은 성북구가 처음이다. 구는 정책 오디션을 지난해 시작해 올해 2번째로 진행했다.

참여 대상은 실무경험을 20~30년 쌓은 6급 직원들이다. 오디션에서 수상한 제안들은 실행에 옮겨져 예산 확보, 추진 상황 등 중간 점검을 거쳐 1년 뒤 결과를 최종 평가한다. 참여 직원들에게 승진 등 인사 특전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조 팀장의 제안은 1차 실무위원회 사전심사를 통과한 24건에 오른 뒤 결선에 진출한 8건에 포함됐다. 본선은 지난 5월27일 구청 성북아트홀에서 오디션 형태로 진행됐다. 그는 ‘취약계층 안부 확인 이렇게 하는건 어떨까요?’라는 주제로 사업계획을 발표해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포상금 300만원도 함께 받았다. 조 팀장은 “팀원들이 발표연습도 도와주고 오디션 때 응원도 해줘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조 팀장 다음으로 동료 직원과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제안사업은 임영근 기획예산과 팀장의 ‘마을버스 노선 조정을 통한 성북동 문화관광 활성화’와 정용근 건축과 팀장의 ‘야간조명 설치를 통한 아름답고 품격 있는 성북 조성’이다. 김하연 문화체육과 팀장의 ‘성북천 야간 경관 랜드마크 성북별빛마당 조성’과 최수영 공원녹지과 팀장의 ‘귀로 들으며 걷는 공원 산책, 파크 도슨트’가 장려상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정책 오디션에서는 5개의 제안 사업이 선정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마을 정원축제 사업’은 올해 시설비 예산 1억5800만원을 확보해 추진되고 있다. 우수상을 받은 ‘청소 통합 민원 처리 시스템’이 실행된 이후 무단투기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려상의 성북 마을아카이브 체험관 건립은 부지 검토 중인데 공간 확보가 어렵다고 결론이 나면 디지털 기록원 조성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올해 정책 오디션 평가는 70명의 5급 이하 동료 직원 40%, 5명의 심사위원 60%의 비중으로 이뤄졌다. 심사위원들은 발표를 듣고 사업의 필요성, 실현 가능성, 점검해야할 점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안에 장한일 국민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관광객이 느는 것에 대한 주민 반응도 살펴봐야 한다”며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탄소배출 저감 실천 확대를 위한 제안에 대해 홍용식 한성대 교수(경영학)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근 자치구 등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해봤느냐”고 물었다.

전체 심사평으로 양지연 동덕여대 교수(큐레이터학)는 “실행 때 부서 간 조율, 성북의 정체성 부각 등 내부 협업이 필요해 보인다”며 “다른 자치구, 서울시 등과도 협력해 잘 실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신상철 부구청장은 “정책 오디션이 직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 우수한 사업이 실행되면 우리 구가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선정 사업들은 오는 10월과 내년 4월에 중간 점검을 거쳐 내년 9월쯤 최종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조 팀장이 제안한 똑똑 안부 확인 서비스는 8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세워 구청장 결재를 받은 뒤, 6~7월 두 달 동안 동 주민센터와의 간담회와 시스템 개발업체 ㈜루키스와의 업무협약 체결 등을 빠르게 진행했다. 3천 가구 대상으로 월 2200원 이용료로 5개월치 예산 3천여만원도 구비로 확보했다. 조 팀장은 “정책 오디션 덕분에 (구민들을 위해) 추진해봤으면 하는 사업을 알리고 공감받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성북구는 정책 오디션이 소통의 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제도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6급직 제안과 발표에 팀원들이 함께하기도 해 참여 대상 직급을 더 넓히는 것도 고려할 예정이다.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을 고려한 현실적인 실행 점검과 평가, 인센티브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이승로 구청장은 “공무원들이 가진 유용한 경험이나 콘텐츠가 사장되지 않고 잘 쓰이도록 제도를 잘 보완해나가며, 근무 평가나 승진에 도움이 되도록 파격적인 포상을 하겠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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