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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환자들은 내일이 오는 것이 무섭다”…거리로 나온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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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냐…양쪽 모두 새빨간 거짓말”

“환자 없이 의사없다, 집단 휴진 중단하라”

“반복되는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하라”

헤럴드경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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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 공급이 중단돼서는 안 되며 의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 불안을 조성해서도 안됩니다.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면서 시작된 의료공백 사태가 오늘로써 136일째를 기록했다. 넉달이 넘었지만 의료공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투병을 하고 있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고 치료 받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의료계와 정부를 향해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주최 측 추산 약 400여명 가량의 암환자와 보호자, 일반 시민 등이 참석했다. 투병을 하고 있는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이니만큼 지금까지 여러 번의 의료파업에도 집단행동 등을 하지 않았지만, 의정갈등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례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렇게 대규모의 환자 집회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병원이 비정상 상태로 운영되자 ‘치료를 받게 해달라’며 거리로 나선 사례다.

환자단체는 “우리는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니다”라며 “의사들은 환자들을 향해 ‘정부 탓을 해야지 왜 의사 탓을 하냐’며 날을 세웠고, 정부는 의대증원 찬성 여론을 앞세워 환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공의들을 밀어붙였다. 양쪽 모두 새빨간 거짓말인 것을 안다”며 의료계와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의료계를 향해서는 “반복되는 의정 갈등에서 매번 백기를 든 정부를 경험한 의사 사회가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아픈 사람에게 피해와 불안을 강요하며 환자들을 볼모로 잡는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행태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환자없이 의사없다, 집단휴진 중단하라’, ‘반복되는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은 “의료진 파업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고, 집단행동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단체행동을 할 수 없도록 의료법 제정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피해는 전문의 자격과 의사 면허를 따는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지는 피해이지만, 환자 피해는 어떤가”라고 물으며 “질병이 악화하고,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불안으로 투병의지를 잃어 치료를 포기하고,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피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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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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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의사 파업 며칠 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김선경(62) 씨는 “지금도 배가 아프고 체력적으로 힘들다. 굉장히 두렵고 암 판정을 받은 것이 믿기지 않지만 의료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정부와 의사 선생님들 입장도 이해하고 신뢰도 하지만 우선 환자들을 생각한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며 집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

아내가 혈액암이라는 김모(76) 씨는 “다행히 좋은 교수님을 만나 치료를 잘 받고 있지만, 주변에 진료를 못 받는 분이 계시면 괜히 죄송하다”며 “왜 정부 발표도 다 끝났는데 2000명 증원에만 매몰되어 아직도 휴진을 종용하는지, 그리고 의료 공백을 미리 중재할 순 없었는지 의협에 불만이 많다”며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선천성 희소질환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보호자인 김정애(68) 씨도 참석했다. 김씨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진료 거부를 경험해 삭발까지 하기도 했다. 김씨는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딸이 치료도 못 받고 저와 이별하게 될까 봐 내일이 오는 것이 무섭다”며 “의료계와 정부는 서로 역지사지 마음으로 진솔한 대화에 임해주고,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달라.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go@heraldcorp.com
kimdo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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