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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서울아산병원 '진료 재조정' 시작…환자들 '집단행동 재발 방지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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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사실상 휴진…병원측 "수술, 외래 차질 없어"

102개 환자단체 "불안의 연속…필요할 때 치료, 국민의 권리"

뉴스1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중증과 응급환자만 받는 등 진료를 축소 및 재조정하며 정부와의 '장기전'에 돌입했다. 2024.7.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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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4일부터 진료 축소 등 재조정에 들어간 첫날 의료현장은 큰 혼란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의료계 집단 행동에 반발한 환자단체는 길거리로 나와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중증·응급·희귀난치질환자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진료 재조정에 돌입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3일) 입장문을 통해 한국 의료가 정상화될 때까지 경증질환자는 1·2차 병원으로 회송하고 단순 추적관찰 환자와 지역의료가 담당할 환자 진료는 불가피하게 축소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자체 집계 결과, 이날 주요 수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지난주보다 29% 각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래 진료는 작년 동기 대비 30.5%, 전주보다 17.2% 줄고 신규환자 진료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1%, 전주보다 16.5% 줄어들 전망이다.

진료 축소 첫날 병원 측은 진료 재조정 전과 비교했을 때 외래 진료, 수술 건수는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를 1만명 정도 보고 있으며,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며 "진료 감소율 또한 직전 주 대비 크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병원 노조 측도 진료재조정에 참여하는 인원 수 자체가 작기 때문에, 진료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 관계자는 "외부에서 걱정하는 것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며 "(오늘 진료 예정이었던 교수들 중) 참여하는 인원이 10명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어서,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당초 비대위는 이날부터 휴진을 하기로 했지만, 진료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대정부 투쟁 방향을 바꿨다. 비대위는 "환자들께 송구하나 정부의 폭력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의해 촉발된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미 진단된 질환의 2차 소견이나 지역에서 치료할 질환에 대해서는 가급적 외래진료를 예약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비대위는 정부에 "암 환자와 중증 응급질환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상적 의료상황과 비교한 통계를 발표하라"면서 "상급종합병원 중복진료를 금지하고 이미 시작된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발표한 정책과 예산을 즉시 투입해달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또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전공의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회복하라"며 "정부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최고 수준 의료 지표들은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1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92개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7.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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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환자와 가족들 300명은 거리에 모여 의정갈등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인들이 어떤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필수의료 만큼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재발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102개 환자단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의료 정상화 재발 방지법'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집단휴진 철회하고 의료공백 해소하라""환자없이 의사없다 집단휴진 중단하라""반복되는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엔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이란 희소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 박하은씨(23)와 어머니 김정애씨(68)도 참석했다. 발언대에 선 어머니 김씨는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필요 없다. 국민이 죽고 없으면 국가 역시 필요 없다"면서 "의정갈등 해소용으로 환자들 생명이 볼모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니다. 그냥 아플 때 아무 걱정 없이 치료받을 환경을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오늘 환자들이 모인 이유는 우리 환자들이 의정 갈등으로 희생돼도 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의사와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걸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은 무책임한 정부와 무자비한 전공의·의대 교수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며 "당장 병원을 드나들어야 하는 환자들은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계속되는 피해와 불안을 더는 참을 수 없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직접 거리에 나섰다"며 "이 날씨에, 기어코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만든 정부와 전공의·의대교수는,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사회는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그들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 공급이 중단돼서는 안 되며 불안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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