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슬소생]"초복이 온다"…냉장고 속 '삼계탕 맛집'은 어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냉동·냉장·상온 등 다양한 HMR
냉동, 보관 어렵지만 맛 뛰어나
상온, 보관 간편하지만 맛 아쉬워


비즈워치

주요 간편식 삼계탕 제품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각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복날엔 삼계탕=공식

계절이 오고가는 걸 느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는 제철 먹거리다. 수입과일이 가득 차 있던 마트 매대도 어느새 천도복숭아와 수박이 자리를 차지했다. 과일뿐만이 아니다. 정월 보름이 되면 호두를 깨고, 추석에는 햅쌀로 지은 밥에 나물을 얹어 먹는 것 역시 가을을 느끼게 하는 식재료다.

다양한 계절 먹거리 중에도 전국민이 법칙처럼 따르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복날 삼계탕'이다. 복날은 초복·중복·말복을 합친 '삼복'을 묶어 이야기하는 날로, '삼복 더위'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한 해 중 가장 더운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24절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웬만한 절기보다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날이기도 하다.

삼복 날짜를 정하는 법은 양력에 익숙한 우리에겐 약간 까다롭다. 하지를 기준으로 3번째 경일(庚日)을 초복, 4번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을 말복으로 정한다. 경일이란 십간의 '경(庚)'이 들어가는 날이다. 그래서 삼복 날짜는 하지로부터 열흘 간격으로 돌아온다. 올해 초복은 오는 7월 15일, 중복은 열흘 뒤인 7월 25일, 말복은 또 열흘 뒤인 8월 14일이다.

비즈워치

삼계탕집에서 삼계탕을 먹는 사람들/사진=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전엔 복날마다 집에서 닭을 잡는 등 보양식을 해 먹었지만 무더운 여름에 닭을 삶고 끓이는 일은 너무 번거롭다. 맞벌이 가족의 경우 엄두를 내기도 힘들다. 하지만 관성에 따라 우리는 여전히 복날이 되면 삼계탕을 떠올린다. 전국 삼계탕집이 복날마다 꽉꽉 차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엔 식품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간편식 삼계탕도 꽤나 품질이 올라왔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며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1만6000원을 돌파한 요즘같은 때 집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삼계탕으로 복날 기분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편식 삼계탕을 먹어 보기로 했다. 단순히 브랜드별 맛을 비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조·보관 방식에 따른 차이도 같이 알아보기로 했다.

냉동이냐 상온이냐 선택의 순간

간편식은 크게 냉동과 냉장, 상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삼계탕 시장은 상온 제품들이 주류다. 우선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지 않아도 되니 유통과 보관이 간편하다. 제조 과정에서 멸균 처리하기 때문에 소비기한도 1년 이상으로 길다. 간편식 시장이 대부분 상온 제품으로 이뤄진 이유다.

하지만 식품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소비자들의 맛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냉장 제품과 냉동 제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상온 제품의 경우 멸균 처리를 위해 오랫동안 가열하기 때문에 대체로 식감이 떨어진다. 냉장·냉동 제품의 경우 살균 처리만 거치는 만큼 원물의 식감이 더 잘 살아 있다. 실제 많은 냉동 제품들의 마케팅 포인트가 '원물의 식감'이다.

비즈워치

삼계탕 간편식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살균 식품은 중심부 온도 63도 이상에서 30분간 가열해야 한다. 멸균 식품은 이보다 높은 120도 이상에서 4분 이상 익힌다. 이 차이가 바로 식감 차이로 돌아온다. 오래 익힐수록 재료가 뭉그러지기 때문이다. 죽처럼 애초에 식감이 중요하지 않은 제품군이 아니고서야 상온 제품으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물론 냉장·냉동 제품에도 단점이 있다. 치명적인 단점이다. 바로 보관 편의성이다. 냉장 제품은 보통 영하 2도에서 영상 10도 사이에 보관해야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찬장 등에 한참을 보관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오로지 냉동실만 허락하는 냉동 제품은 말할 것도 없다. 냉동 제품은 조리할 때도 미리 해동을 해 두거나 오래 익혀야 한다. 번거로운 과정이다.

비즈워치

삼계탕 간편식 영양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품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삼계탕을 내놓고 있다. 누군가는 맛을 최우선시해 냉동을, 또 누군가는 간편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고객을 위해 상온 제품을 내놓는다.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집 앞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냉동·냉장·상온 삼계탕을 골고루 구해왔다. 브랜드,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올해 초복을 함께 할 삼계탕은 어떤 제품이 될까.

삼계탕 최강자는

비즈워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대상 청정원 호밍스 녹두삼계탕, 피코크 녹두삼계탕, 오뚜기 옛날삼계탕, 비비고 삼계탕/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간편식 시장의 전통의 강호는 역시 오뚜기다. 이 중 간편식 삼계탕 하면 떠오르는 맛을 그대로 구현한 게 바로 '옛날 삼계탕'이다. 오뚜기 옛날 삼계탕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가성비로 먹는 간편식이라지만 어느새 여기도 만원짜리 한 장은 있어야 하는 시장이 됐다. 이런 인플레이션 속에서 8000원 밑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삼계탕은 귀하다.

중량도 900g으로 '표준'이다. 다만 리뷰 대상인 4개 제품 중 닭 함량이 가장 적었다. 닭이 가장 작다는 의미다. 반면 칼로리는 가장 높았는데, 이는 삼계탕 안에 채운 밥 양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쫀득한 찹쌀의 맛도 4개 제품 중 가장 좋았다. 인삼 풍미도 가장 강했다. 전반적으로 모나지 않은 '작은 육각형' 제품. 삼계탕 국물과 함께 밥을 먹는 걸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다른 거물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역시 삼계탕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미 웬만한 제품군에서는 비비고를 능가할 브랜드가 없다. 앞서 국탕찌개류와 죽 등을 통해 상온 시장에서도 높은 품질력을 보인 만큼 삼계탕에서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날 맛본 비비고 삼계탕은 실망이 컸다. 네 제품 중 중량이 가장 적으면서 닭 함량도 오뚜기 다음으로 적었다. 반면 가격은 오뚜기보다 2000원이 비쌌다. 4개 제품 중 가장 국물이 걸쭉한 타입이었는데, 국물의 질감과 달리 맛은 다소 약했다. 그러면서도 장시간 놔둘 시 유일하게 표면에 굳은 기름이 뜨는 제품이었다. 가격을 낮춰 오뚜기 옛날 삼계탕으로 가거나, 조금 보태 냉동·냉장 제품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마트의 PB 브랜드인 피코크도 다양한 종류의 삼계탕을 내놨다. 현재 전면에 내세운 건 '녹두삼계탕'과 '누룽지삼계탕'이다. 제조는 마니커에서 맡고 있다. 녹두삼계탕의 경우 PB답지 않은 가격이 아쉽지만 닭 함량이 46.67%로 높은 편이었다. 닭뼈가 손가락으로 누르면 으깨지는 상온 제품과 달리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취식 편의성을 높인다.

제품명에서부터 강조한 녹두는 사실 맛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녹두가 들어 있고, 씹힌다는 데 의의를 둔다. 국물은 깔끔한 편이다. 오뚜기와 CJ제일제당 제품이 각각 향과 텍스처를 강조한 진한 맛이었다면 피코크 녹두삼계탕은 국물이 담백하고 맑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간이 조금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 제품의 장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할인 혜택을 받아서 가격이 상온과 비슷할 때 구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상 청정원의 간편식 브랜드인 호밍스에서는 올해 냉동 제품을 선보였다. 이 시장은 그간 하림이 거의 독점하던 시장인데, 대상이 도전장을 내민 것. 냉동 제품답게 가격은 4개 제품 중 가장 비싼 1만1980원이다. 중량은 삼계탕 표준인 900g이지만 닭 함량이 유일하게 50%를 넘는 제품이었다. 경쟁사들보다 큰 5호닭을 썼다는 설명이다.

냉동 제품이니만큼 고기 육질은 가장 훌륭했다. 단단한 가슴살보다는 부드럽고 육향이 있는 닭다리살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잡내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물은 4개 제품 중 가장 맑고 깔끔하다. 간이 다소 센 편인데, 담백한 닭고기와 먹는 만큼 밸런스가 가장 좋다고 느꼈다. 이 제품 역시 녹두의 역할이 크진 않다. 앞서 말했듯 긴 조리시간은 고민거리다. 다른 제품들이 10~15분 조리를 추천한 반면 호밍스 녹두삼계탕은 40~50분을 중탕해야 한다. 여러모로 '맛에 진심'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