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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중국판 살찐 고양이 잡기…“금융권 고위직 연봉 상한 5억원대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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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의 금융 중심지 상하이 와이탄 풍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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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사치와 쾌락주의 풍조를 근절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금융업계 종사자의 연봉 상한을 300만 위안(한화 약 5억7000만원)으로 정할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방침은 민간 금융기관을 제외한 모든 국유은행, 증권사, 뮤추얼펀드 회사에 적용될 것이며 공개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이 금융기관을 은밀하게 압박해 실현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 소식통은 금융업계 연봉 상한 규정이 소급 적용돼 지난 몇 년 동안 300만 위안 이상을 벌었던 사람들은 초과분을 회사에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300만위안은 약 41만1000달러에 해당한다. 세계은행,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2년 기준 1만2850달러이며 상하이 등 15개 부유한 도시에서는 2만 달러를 넘어선다.

금융업계에 대한 대중의 나쁜 인식이 해당 방침의 실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한동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업 종사자에 대한 시각이 악화했다. 일부 종사자와 가족들이 온라인에서 연봉과 재산을 과시하면서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중국 국유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서 일하는 한 젊은 트레이더의 부인이 남편이 월급이 8만위안(약 1500만원)이라고 온라인에서 자랑해 대중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CICC는 직원 급여를 50% 삭감했다.

선전시 교통국 화물운수관리분국장을 지냈던 퇴직 공산당 간부 중겅츠(75)는 1993년생 손녀가 웨이보에 “우리 집 재산 규모가 아홉자릿수(1억위안·약 189억원) 이상”이며 “온 가족이 호주로 이민왔다”고 자랑한 것이 화근이 돼 당 기율감찰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공산당 당적을 박탈당했다.

상하이의 투자회사 후이천 애셋 매니지먼트의 펀드 매니저 다이밍은 SCMP에 “최근 몇 년 동안 금융 산업은 실물 경제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으며 대중 사이에서 이미지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고위직이 공산당 간부 2, 3세인 경우가 많아 ‘인민은 고통받는데 제 가족만 배 불리는 특권층’이라는 이미지가 더 굳어졌다.

금융업계에 대한 분노는 ‘금융권 사정 바람’과 ‘돈 자랑 인플루언서 퇴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중국은행 전 회장인 류량거 등 최소 101명의 전·현직 금융권 관계자가 기율감찰위의 조사를 받았다. 올해에도 금융업 관계자 30명이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SNS들은 지난달 향락 사치, 부 과시 등 건전하지 못한 가치관을 지닌 콘텐츠 유포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발표하고 ‘돈 자랑’으로 인기를 끈 인플루언서들을 퇴출했다. 지난 3월 말 더우인(틱톡) 계정이 정지된 취안신이 대표적이다. 1993년생인 그는 “베이징에 아파트 7채가 있다” “몸에 걸친 게 1000만 위안(약 19억원) 아니면 외출하지 않는다”며 부를 과시하는 방송으로 더우인에서 437만4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는 유명인이 됐다.

부의 과시를 제한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의 일환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서방 매체들은 이를 사회주의 중국의 ‘반시장적 경제 기조’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호주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대중의 정의에 대한 열망을 충족하는 통치 행위’라고 해석했다.

릴리 차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중국 국민이 권위주의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나 장기적인 경제적 성과에 대한 만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 공산당은 대중의 보복적 정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쉬펀드 투자 관리회사의 왕첸은 SCMP에 “대중의 관점에서 볼 때 임금 인하와 상한액은 정당하고 타당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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