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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검사 24명 일일이 호명하며 … 이원석 "절대 굴복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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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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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연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배경에는 '검찰 거세'를 노골적으로 추진해온 야당이 이번에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다른 성향을 가진 검사들끼리도 "탄핵 추진은 민주당의 무리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확실한 명분과 검사들의 일치된 지지가 이 총장이 정면 대결을 택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이 총장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댓글이 4일 기준 200개 넘게 달렸다. 이 총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월례회의에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며 검사들을 독려했다. 또한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계곡 살인 사건,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서울대 N번방 사건, MZ 조폭 호텔 난동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24명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된 강백신, 엄희준, 박상용, 김영철 등 4명은 하나같이 내부 평판이 좋은 '에이스'급 검사들이다.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일 처리가 깔끔하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들"이라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탄핵하겠다고 하니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거대 야당의 폭주로 순식간에 현실이 되는 상황에 어이가 없고 동시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사는 "민주당에 애정을 가지고 있던 검사들마저 지금은 완전히 반대로 돌아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내세운 탄핵 사유는 검사들의 냉소를 자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박상용 검사가 2019년 울산지검에서 근무할 때 청사 내에서 음주를 한 뒤 대변을 보고 화장실 세면대와 벽면에 발라 공용물손상죄를 범했다고 탄핵 사유를 적시했다.

검찰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것으로 명백한 허위"라고 일축했다. 엄희준 검사에 대해서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부추겼다고 민주당은 주장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무혐의로 결론 난 사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탄핵 절차가 본격화하면 검사들의 반발은 집단행동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2020년 11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배제되면서 일선 검사들이 '평검사 회의'를 열어 집단 반발한 '검란(檢亂)'이 재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보다 앞선 2013년에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일선 검사들이 회의를 열며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날도 이프로스에는 "불법적인 탄핵을 당해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을 넘어선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야 한다" "전국 청별로 검사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검 단위의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인권보호관과 부장검사들은 성명을 통해 "단지 맡은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소추 대상으로 삼아 직무를 정지시킨다면 검사들은 권력자의 입김에서 벗어나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다는 신념을 온전히 지키기 어렵게 되고 이는 결국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된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거듭 소환에 불응하자 강제수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한 번 더 출석 요구서를 포함해 절차를 강구하고 있다"면서 "임의 수사가 있고 좀 더 나아가 강제수사까지 진행해야 할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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