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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최고 수준 관계" 선언한 푸틴·시진핑… '중러 갈등 뇌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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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정상 1개월 만에 회동… 우호 재확인
'친러' 벨라루스 가입 등 반서방 기조 가속
중러 '중앙아 패권다툼' 내분 폭발 가능성
한국일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아스타나=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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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는 '제한 없는 우정'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관계는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베이징의 야망과 충돌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2001년 주도해 만든 유라시아 경제·안보 공동체로, '반(反)서방' 성격이 강하다.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등 9개 참여국이 매년 돌아가며 정상회의를 연다.

올해도 각국 고위직은 이달 3, 4일 이틀에 걸쳐 아스타나에 모여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뜯어보면 SCO가 '일시적인 동거'에 그친다고 WSJ 등 외신들은 분석한다. 특히 중앙아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은 언젠가 폭발할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SCO, 반서방 블록으로 이동"

한국일보

유럽의 대표적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이 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아스타나=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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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CO 정상회의는 '반서방 기조'가 가속화된 행사로 일단 평가된다. 서방과 불화를 빚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이 행사를 계기로 만나 상호 우애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국빈 방문 이후 한 달 반 만에 얼굴을 다시 맞댔다.

이날 시 주석은 "혼란스러운 국제 형세를 맞아 두 나라가 우호의 초심을 계속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의 시기에 있다"고 맞받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의견도 교환했다고 전했다.

SCO가 그간 '준회원국'으로 활동하던 벨라루스를 올해부터 정회원으로 가입시킬 방침을 세운 것 역시 상징적이다. 러시아가 주도한 것으로, SCO는 지난해 7월 정상회의에서 이란을 가입시킨 데 이어 벨라루스까지 정회원국 명단에 올리게 됐다. 둘 다 대표적인 '반미국 친러시아' 성향 국가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의 에바 자이베르트 연구원은 "벨라루스는 SCO 회원국에 안보·경제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어려운 국가"라면서 "SCO의 주안점이 (서방에 맞서는) 지정학적 블록을 형성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이 밖에 레제프 타이이프 튀르키예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도 정상회의에 초대됐다.

중국의 중앙아 확장, 러시아는 질투한다

한국일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아스타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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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CO가 탄탄한 블록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중국 투자를 러시아가 탐탁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옛 소련의 '뒷마당'이자 국제사회 제재 회피처로 보는 반면 중국은 중앙아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주요 거점이자 태양광 발전 등 자국 청정에너지 산업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WSJ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경제 대부분을 중국에 의지하는 러시아는 베이징의 세력 확대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중앙아에서는 양국 간 우정이 적대 관계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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