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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달라진게 없는 국회, 또 시작이네”…채상병 특검법, 野강행→尹거부권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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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필리버스터 24시간 넘기자
우 의장, 강제종료 표결 진행
與의원 수십명 의장석 몰려가

곽규택, 이화영 판결 낭독에
“김건희 수사하라” 야유나와

尹대통령 거부권 행사 불보듯
민주, 순직 1주기 맞춰 여론전
국힘 의원 이탈표 확보 총력


매일경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 종료를 선언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지 24시간이 된 이날 오후 4시쯤 우 의장은 “토론을 중지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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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정상 가동된 뒤 여야가 처음 맞붙은 전선에서부터 극한 충돌을 빚었다.

4일 오후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강행하려는 야당과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에 항의하는 여당은 본회의장 의장석 앞에서 한참 동안 대치를 이어갔다.

그러나 특검법이 통과돼도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면서 정국은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입법 속도전에 대응하는 정부·여당은 거부권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법안 단독 처리와 폐기가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이 무한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항의 표시로 “물러나라”를 외치며 의장석 앞으로 모여들었다. 전날 오후 3시 40분께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된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이날 오후 4시 40분까지도 기준 채상병 특검법 표결은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채상병 특검법 상정에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놨고 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나자 결국 토론 종결권을 활용해 이를 무력화했다.

이날 필리버스터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인다는 취지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대북송금 사건 1심 판결문을 읽어내렸다. 민주당 의원석에선, “특검법 얘기만 하라”, “김건희를 수사하라”는 등 반발이 터져나왔지만, 곽 의원은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발언을 계속하는 ‘버티기’로 표결을 지연시켰다.

앞서 나온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표 대장동 비리와 관련해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 10명씩 입건해서 조사받으라 하면 민주당 의원님들 수긍하시겠습니까”라고 해병대원 사망 사건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정신 못차리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전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을 향해 “정신 나갔냐”고 언급한 것을 빗댄 표현이었다.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 이어 거듭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 행사 건의 방침과 관련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필리버스터에서 이 법안에 대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으로선 거부권 건의와 행사가 민주당 입법 공세로부터의 유일한 방어수단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부담은 있다. 야권이 22대 국회에서도 각종 법안을 잇달아 강행 처리할 경우 거부권 행사 횟수는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공세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참여자 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파국과 몰락의 길에 놓이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채상병 특검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밀어붙였다. 지난달 21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날 통과까지 법안 발 34일 만의 속전속결이었다.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처리 속도전에 나선 데는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고 정부·여당을 더욱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통과에 따라 윤 대통령은 15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기한은 오는 19일은 채상병 순직 1주기와 맞물린다. 거부권으로 법안이 국회에 돌아오면 민주당은 이 시기에 맞춰 재표결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또 통신사들이 통화 기록을 통상 1년이 지나면 말소한다는 점을 들어 채상병 순직 1주기 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관련 당사자들의 통신 기록이 말소되기 전에 특검을 밀어붙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론 압박을 더욱 키우면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 역시 깔려 있다. 재표결 시 재적의원 중 3분의 2(200명)가 찬성하면 거부권도 힘을 잃게 된다. 21대 국회 당시 국민의힘 이탈표 17표가 관건이었던 상황과 달리 이번에는 108석의 국민의힘 의원 중 8표만 이탈하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거부권을 총 14차례 행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0번, 박근혜 전 대통령이 2번 행사한 것과 비교해 현격히 많은 수치다. 여기엔 채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김건희 특검법, 노란봉투법 등 각종 여야 쟁점 법안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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