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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영국, 정권교체 확실시되지만…<가디언> "언제든 지지율 빠질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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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영국이 하원의원 총선거를 통해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보수당 집권 기간 동안 쌓여 왔던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는 것이 노동당의 최대 과제라는 전망이 나왔다.

4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마틴 케틀은 "보수당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그 중 부패와 연고주의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대통령 또는 왕이 되고 싶어했다면서 "국가가 코로나 19 규칙을 준수하는 동안 파티를 했다는 폭로와 로비 규칙을 어긴 보수당 의원에 대한 폭로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진단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2022년 존슨 총리가 사임하게 된 배경으로 2020년 6월 본인의 생일 축하 모임을 만들었다가 코로나 봉쇄 규정을 어겨 벌금형을 선고받게 된 사건을 꼽았다.

또 2021년 10월 하원위원회는 오웬 패터슨 보수당 의원이 로비 규칙을 어기고 자신에게 돈을 준 회사들에 혜택을 주려고 한 혐의가 있다며 30일 간 정직 권고를 결정했지만, 존슨 총리가 이끌던 보수당은 이 결정을 보류하고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 사건이 존슨 총리가 실권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케틀 칼럼니스트는 "영국의 국립사회연구소(NCSR)에서 실시하는 사회태도(British Social Attitudes)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하원의원들과 정치 및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역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한다"며 보수당 집권 기간 동안 이같은 행태가 정치 불신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 따르면, 유권자의 9%만이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해준다고 믿고 있다"며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에 따르면, 69%의 국민들은 하원의원들이 그들 스스로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케틀 칼럼니스트는 보수당의 선거 공약에는 정치와 정부에 대한 위기를 부정하고 있지만, 노동당은 "우리의 정치 시스템이 어떤 변화든 담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위기가 있다", "노동당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등이라는 입장이 명시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당신이 키어 스타머(노동당 대표)의 선거 전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가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라며 "스타머는 신뢰를 정부가 해야 할 모든 일들의 전제조건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케틀 칼럼니스트는 "우리는 지금 한 세대에 걸쳐 정치와 공직자들에 대해 기준을 강화하려는 중대한 시도의 문턱에 서 있다"며 "노동당은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 희롱, 추문, 거짓 약속, 속임수, 분열을 일으키는 언어, 컨설팅, 정부와 기업 사이의 회전문, 이 모든 것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이루어질지가 핵심"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스타머 대표가 선거 이후 총리가 된다면 그의 첫 번째 임무 중 하나가 내각 장관들의 행동에 기준이 되는 '내각 강령'(ministerial code)을 직접 발행하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장관들에게 윤리 부문에서의 나침반을 제공하는 것인데, 규칙과 이를 어길 시에 부과될 제재 등을 규정한다. 모든 신임 총리는 이러한 문서를 발행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타머 대표가 발표하는 강령을 통해 공직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재설정하고 국제법을 포함한 법의 지배를 명시적으로 지지할 수 있게 되며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노동당의 공약은 모호하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케틀 칼럼니스트는 "이 강령은 독립적인 윤리 및 청렴 위원회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정부, 의회 및 공직에 있어 기존의 모든 규제 기관을 대체할 것인지 아니면 상급 기관으로서 있을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며 "어느 쪽이든 이 법은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머 대표가 사회민주주의로 영국을 재건하려 한다면 이는 존슨 총리의 자격이나 사치품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치의) 중심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겸손함과 검소함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며 "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매우 광범위하지만 또한 매우 얕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정치적 지지가 빠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3일(현지시각)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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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650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이날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10시까지 이어진다. 영국 하원의원의 경우 비례대표 없는 소선거구제로, 각 지역구 별로 1명의 최다 득표자가 선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간 보수당과 노동당 등 거대 정당이 정권을 교체해 왔다.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지난 5월 22일 의회 해산 및 하원 총선거 실시를 결정하면서 이뤄진 이번 선거에서는 노동당이 일찌감치 보수당 지지율을 훌쩍 뛰어 넘고 있어 정권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BBC는 투표 하루 전인 3일 최근 일주일 간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해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 노동당이 40%의 지지를 얻어 21% 지지에 그친 보수당을 약 2배 정도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당이 1832년 영국에서 총선이 처음 치러진 이후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유고브가 3일 저녁 발표한 예측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의 예측 의석 수는 431석으로,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정권 교체에 성공했던 1997년 419석 기록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극우정당의 경우, 영국에서는 독특한 선거제도로 인해 다소 주춤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영국개혁당은 단순 지지율로는 15~17%를 기록하면서 선전하고 있지만, 양당 및 기존 정당에 밀려 실제 당선자는 두 자리 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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