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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거야, 채상병 특검법 속전속결 처리…국회 개원식도 못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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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에게 무제한토론을 종료할 것을 요청하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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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이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특검법은 21대 국회 막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본회의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됐지만, 단 37일 만에 정부 이송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특검법 의결은 속전속결이었다. 앞서 민주당은 특검법 폐기 이틀 만인 5월 30일 당론 1호로 재발의했다. 재발의 35일 만인 이날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초고속 처리됐지만, 대통령실은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얼어붙은 정국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의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 상병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는 게 골자다. 이날 안철수·김재섭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퇴장 속에 진행된 표결에서 190명 중 189명이 찬성했고, 1명이 반대했다. 안 의원은 찬성표, 김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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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시간이 지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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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로 반격했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활용해 강제 종결 절차를 밟았다. 이날 오후 3시 50분쯤 마지막 토론자인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할 때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토론을 멈추겠다”고 알렸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곧장 단상 위로 뛰어 올라와 “계속 발언하세요”라고 독려했고, 곽 의원은 토론을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 의석에선 “뭐 하자는 거야, 내려와”라는 고성이 쏟아졌다

우 의장이 오후 4시 43분 마이크를 잡고 “의사 정리 권한은 의장에게 있다”며 종결 표결을 선언하자 민주당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어 표결에 들어갔고, 오후 5시 45분 종결 표결 집계 뒤 우 의장은 필리버스터를 종결시켰다. 의원 188명 중 186명이 종결에 찬성했고 2명이 반대했다. 국회법상 동의서 제출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종료시킬 수 있다.

곧이어 채 상병 특검법도 표결에 부쳐졌다. 예정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무산됐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 폭주 열차에 실려 온 특검법을 직권 상정한 우 의장은 민주당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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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찬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가 종료되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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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속도전에 나서 ‘4일 통과’를 밀어붙인 것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7월 19일에 맞춰 재의결 투표를 실시하려는 노림수다. 채 상병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 행사와 1주기가 겹치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민주당 재선 의원)이라는 게 야권의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특검법의 내용을 두곤 논란이 적지않다. 여당에선 “진실 규명이 아닌 정쟁을 목표로 한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역시 이날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으로 되돌아 왔다”며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실제 특검법은 21대 국회 특검법에 비해 독해졌다는 평가다. 당초 민주당만 가졌던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에 부여해 조국혁신당 등이 특검 후보를 추천할 길이 열렸다. 대통령이 특검을 추천하지 않으면 추천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여당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할 수 있다’는 조항(12조)도 “정치 공세를 위한 독소 조항”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심을 6개월 만에 결론 내라고 한 것도 의도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당 반격 카드는 마땅치 않다. 내부에선 “결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기대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국의 초점이 ‘108석 여당의 단일대오’에 쏠리는 이유다. 만약 여당 이탈표와 야권표를 합쳐 200표(재적 3분의 2)를 넘으면 대통령의 거부권마저 재의결을 거쳐 무력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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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뒤 로텐더 홀에서 시위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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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 개원식 연기=이날 채 상병 특검법이 가결 처리된 뒤 추 원내대표는 “5일 22대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서 축하 연설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국회의장실은 이날 “5일 예정이던 개원식이 연기됐다. 일정은 추후 확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손국희ㆍ김정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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